오늘 일흔이 넘은 학습자들과 <나의 어머니>라는 제목으로 수업을 했다. 해마다 5월 가정의 달이면 수업 계획도 감사와 선물 그리고 어버이라는 주제로 수업계획을 짜곤 한다. 

 안도현 시 <스며드는 것>을 판서하고 함께 풀이하며 살펴보는 시간을 갖고 나의 어머니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을 편지로 쓰도록 했다. 

“꽃게가 간장 속에/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꽃게는 뱃속에 알을 껴안으려고/꿈틀거리다가 더 낮게/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어찌할 수 없어서/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한 때의 어스름을/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저녁이야/불 끄고 잘 시간이야.”                                           - 안도현 시 스며드는 것  -

 

 오늘 하루 만이라도 나의 어머니를 깊이 생각해 보며 그 시절 추억을 회상하고 감사함을 갖자는 의미로 시도 했는데 갑자기 교실은 울음바다가 되어버렸다. 순간 나는 일흔이 넘은 어머니들에게도 분명 가슴 한켠에 <나의 어머니>가 깊게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궁핍했던 시절(1940~50년) 일제 강점기와 6.25라는 전쟁의 폐허 속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하며 살기도 힘들었을 시절 교육의 부재는 당연했었을 것이다. 배우지 못한 설움을 일흔 넘은 연세에 글자를 통해 한을 달래며 행복해 하시는 학습자들을 보면 내가 하는 이 교육이 가장 보람 있는 교육이라 스스로 자부한다. 

 

 안도현 시인은 이 시를 통해 이 세상 어머니의 마음을 다 표현해 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마지막 부분인 “불 끄고 잘 시간이야.” 불안한 순간을 아이들이 모르도록 토닥거리며 포옹하는 엄마, 위태롭거나 결정적인 순간 어머니는 자신보다는 자식들의 희생양이 되어야 했다. 나는 간장 게장을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한 식단으로 살아있는 게에 아무 생각 없이 간장을 붓곤 했는데 이 시를 알고 난 후 간장게장을 담글 엄두를 못 낸다. 나 또한 우리 아이들의 엄마이기에 알을 품고 있는 꽃게를 먹을 수 없는 것이다. 안도현 시인은 간장 게장을 간장 게장으로 보지 않고 낯설게 하기를 통해 절박했던 어머니의 마음을 잘 그려냈다.

 

 아이들이 성장해 다 밖으로 나가고 가끔씩 홀로 집에 있는 시간이면 나는 이 시를 읊으며 밥은 잘 챙겨 먹고 있는지 몸은 아프지는 않는지 이런저런 생각에 어미로써 애써 “잘 있을 거야” 스스로 달래며 눈물을 왈칵 쏟아내곤 한다. 이젠 나를 걱정해 줄 부모님은 안계시지만 이렇게 간장게장처럼 아이들을 걱정하는 엄마가 됐다. 오늘 수업을 통해 본 <나의 어머니> 는 이 세상 모든 어머니들처럼 자식을 위한 버팀목 같은 존재임을 새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