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딸에게 들은 이야기지만 마치 내 일처럼 몸서리를 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요즘처럼 여성을 상대로한 강력한 범죄가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때라 그 파장은 더더욱 크게 다가왔다.

딸의 이야기는 이렇다. 순천으로 학교를 다니는 여자 친구가 광양 덕례리에 살고 있다. 현재 모든 고등학교가 그렇듯이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버스까지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은 꽤 늦은 시간이 되고 만다. 이 친구는 평상시와 다름 없이 아무런 생각 없이, 같은 시간에 같은 버스에 내려서 같은 길을 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 따라 유독 뒷덜미가 섬뜩해지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본인도 모르게 빠른 걸음으로 내달렸는데, 둔탁한 남자 발자국 소리가 동시에 들렸다고 한다. 그러자 너무나 놀란 나머지 본능적으로 뛰기 시작했고, 가장 가까운 마트로 들어가서 무조건 자기를 좀 숨겨달라고 해서 카운터 구석에 숨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남자가 마트까지 따라 와서는 내 딸이 이리로 들어오지 않았냐고 오히려 큰소리를 치더란 것이다. 그 때는 정말 온 가슴이 떨리고 숨까지 멎어지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물론, 카운터 주인이 수상한 점을 눈치채자 황급히 마트를 빠져 나가 달아나는 바람에 비로소 위기를 넘겼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마치 어느 영화에나 나올법한 이야기처럼 생각이 됐지만, 그 이야기를 듣는 내 심장은 배로 뛰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딸에게 말하기를 그렇다면 경찰에 신고를 하는 것이 바람직 하지 않겠느냐고 했지만, 그 여학생의 어머니는 아마 어느 정신병자 소행이 아닐까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한다.

아마 지금 딸가진 부모의 심정은 늘 불안함에 시달릴 것이다. 특히 밤늦은 귀갓길을 조심하고 또 조심을 해야 한다. 바라기는 경찰관들이 수시로 우범지대를 순찰하는 것이지만, 역시 한계는 있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본인이 이에 대한 철저한 상황대비를 수시로 해야 하고, 또한 부모님과 연락망을 수시로 취하는 것밖에 뽀족한 수는 없다.
광양읍 이선희

데스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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