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은 그 사람을 보여주는 좋은 수단이다. 그러나 그 사람의 직함이나 스펙은 보여주지만, 그 사람의 인품이나 사상은 보여주지 못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자기를 돋보이려고 온갖 직함을 다 갖다 붙인다. 어떤 때는 그것이 너무 심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명함을 받고 나면 이 사람의 정체가 무엇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얼마 전 모 대학의 총장님과 명함을 주고받게 되었다. 그 대학이 사회복지 분야 중 장애인재활복지 특성화 대학으로서 선두적 역할을 감당하는 학교이지만 시각장애인을 생각하는 그 배려심에 감동되었다. 그 학교에서 총장의 명함을 받을만한 시각장애를 가진 학생이 얼마나 될 것이며, 그가 사회에서 명함을 건네줄 시각 장애인은 또 얼마나 될 것인가? 그 몇 사람을 위해 점자 명함을 만든 사람은 참으로 외면당하기 쉬운 소수자에 대한 배려심이 큰 사람이다. 하얀 바탕에 점자가 새겨진 소박하고 단출한 명함이 받아든 사람의 마음까지 포근하게 한다. 아마 그 명함의 주인도 그런 삶을 사는 사람일 게다.

  가끔 뉴스에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없음을 지적하는 이야기들을 듣는다. 길가의 턱이 너무 높아서 휠체어를 탄 사람들이 넘어가지 못한다거나, 대부분의 오른손잡이를 위한 도구들은 소수자에 대한 배려 없이 만들어진 것들이다. 약자를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곳에서도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배려가 부족한 것을 많이 보게 된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서 많은 국민들이 삶의 활력을 되찾았다는 말을 한다. 그럼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어제와 오늘 크게 달라진 게 없는데, 무엇이 나를 “만족”하게 하는 것일까? 그건 바로 지도자의 “배려”이다. 작은 것에서의 행동과 말이 국민들에게 진정성을 갖게 하고, 국민을 위한 배려로 인식하게 하는 것이다. 조금 더 생각해보면 우리 가정, 우리 마을, 우리 지역공동체에서의 “작은 배려”는 서로의 마음을 열게 하는 힘이 있다. 

  돌아오는 길에 조금 전에 받은 명함을 주머니 속에서 만지작거렸다. 손끝에 오돌토돌한 촉감이 전해져 온다. 아무리 만져보아도 그 점자의 내용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 명함 주인의 따뜻한 마음의 온기는 이미 내 가슴 깊은 곳까지 전해져 포근한 햇살만큼이나 나를 행복하게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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