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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을 사랑한다면 공공장소 에티켓도 지켜야...조정혜 생활에세이스트
  • 광양경제신문
  • 승인 2024.05.0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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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동호인 활동차 지인과 함께 점심을 먹고 오다가 여느 도로 아래 공원이 예뻐 보여 내려갔는데 반려견을 산책하는 시민들만 듬성듬성할 뿐 고즈넉했다. 주택가와 다소 먼 공원이라 그런가 싶었는데 걷다 보니 잔디밭 곳곳에 강아지 배설물이 얼룩져 있어서 실망감과 불쾌감이 밀려왔다.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을 나오신 분들 손에 배변 봉지는 없고 휴대폰만 있었다.

요즘은 예전 같지 않아 많이 나아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어서 몹시 실망했다. 설령 보는 사람이 없더라도 기본 에티켓을 지키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컸다. 마음 같아서는 좀 더 걷고 싶었는데 함께 간 지인분이 반려견 대변을 밟을까 조심스러워 산책을 중단하고 공원을 벗어났다. 그 모습을 보다 보니 10여 년 전의 일이 떠올랐다. 나는 출근 전에 항상 아파트 주변 공원을 세 바퀴 돌면서 산책을 즐기곤 했는데.

그 당시에도 이른 새벽녘이면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이 더러들 있었다. 그날 내 앞으로 젊은 아줌마 둘이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면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이들은 반려견과 보조를 맞추며 걸었는데, 반려견이 잠시 멈추면 그들도 자동으로 멈췄다.

그런데 한 반려견이 산책로 주변 바로 옆 풀숲에 대변을 보는 게 아닌가. 나는 설마 저 대변을 치우지 않고 그냥 가지 않겠지 하는 생각으로 일부러 걸음을 늦추며 그들을 관찰했다. 그런데 반려견이 대변을 마치자 마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그냥 가는 것이었다. 성격상 소심한 내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저기요, 강아지가 똥 쌌어요”라고 말했지만 그들 귀에 내 말이 들릴 리가 없었다.

그런데 마침 내 뒤를 따라 오던 60대쯤 되어 보이는 아주머니가 큰소리로 그들을 불러세웠다. “이보시오. 강아지 주인!” 그러자 그들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그 아주머니는 “강아지 똥을 치우고 가야지 모른 척 가면 누가 치우냐”고 큰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반려견 주인들이 하는 말을 듣고 나는 또 한번 충격을 받았다. 아니 지금도 그 말이 귀에 선하다. “우리 애기들은 집에서 응가하고 나왔어요.

그리고 이렇게 지저분한데서는 절대 응가 안 해요.” 나는 세 사람이 옥신각신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빠른 걸음으로 그 자리를 피해 도망치듯 나왔다. 내 눈으로 본 것을 있는 그대로 말해야 했지만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들과 엮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속으로는 출근길이 바쁘다는 합리적인 이유를 대면서 말이다. 가끔씩 그 생각을 하면 용기 없이 지나간 그때 일 때문에 얼굴이 달아오르기도 한다. 이런 경험을 반려견을 키우는 후배에게 이야기했더니 후배는 앞으로 배변 주머니를 잘 챙겨 가지고 다니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후배는 운동을 할 때 항상 비닐봉지를 들고 나가서 남의 반려견 대변까지 수거해 온다. 이런 후배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다들 알다시피 지금 우리나라 반려견 인구가 1천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생각하면 실로 어마어마한 숫자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반려견을 키우는 게 아니라 그 반려견을 키울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다. 반려견을 사랑해서 키우는 사람은 타인의 감수성에 대해서도 이해심이 클 테지만 그렇지 않고 재미로 키우는 사람은 공공장소에서 에티켓도 지키지 않을 것이다. 사실 반려견을 키우지 않는 내 눈에도 강아지들이 이쁘기 그지 없다. 하지만 강아지들이 배설한 배설물을 좋아할 사람은 하나도 없으므로 반드시 반려견 주인들이 배설물을 치워야 한다. 특히 공원 같은 공공장소에서는 더욱 더 그래야 한다. 공원은 누구나 산책하며 힐링하고 싶어서 나오는 곳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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