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난 봄이 되면 하는 행동들이 있다. 첫째는 쑥을 캔다. 아마도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쑥국을 좋아하셔서 친구들이랑 밭두렁에서 쑥을 캤던 기억때문인지도 모른다. 내가 캐온 쑥을 보시고 어머니께선 두 번 손 갈 때 없이 깨끗하게 캤다고 칭찬해주셨고, 아버지께서는 끓여진 쑥국을 맛있게 드셨는데 난 그 모습이 참 좋았다.

그리고 지금은 시간 날 때 마다 매화꽃이 활짝 피어있는 가까운 밭두렁에서 쑥을 캐서 가까운 지인들에게 나눠 드린다. 텃밭에서 키운 채소를 매번 챙겨 주시는 이웃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드리고, 때론 봄이 여기보다 늦게 오는 곳에 봄소식 알리듯 쑥을 보낸다. 또 봄을 요리하듯 쑥국, 쑥튀김, 쑥버무리를 해서 신랑이랑 같이 먹기도 한다. 

 둘째는 후리지아를 산다. 고등학교 때 만난 친구는 항상 나에게 후리지아를 선물해주었다. ‘당신이 따뜻해서 봄입니다’ 라는 문구처럼 그 친구는 나에게 늘 후리지아로 따뜻한 봄을 선물했다. 이젠 후리지아가 보이면 그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워하며 그 꽃을 사게 된다. 집에 꽂아두기도 하고 또 지인에게도 선물한다. 그 친구가 나에게 그랬듯이 나도 누군가에게 .......
 

셋째는 진달래를 보러 산에 간다. 봄꽃들은 꽃을 먼저 피우고 잎이 뒤에 나오기 때문인지 꼭 벌거벗은 아기 같다. 아기에게서 느껴지는 순수함과 연약함이랄까? 그래서인지 짓궂은 봄바람이 불면 안타까운 마음에 바람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온 몸으로 힘든 시간을 견디고 꿈틀꿈틀 꽃을 피우는 모습은 기특함을 넘어 경이롭지 않은가? 먼 산 진달래가 드문드문 피면 산이 진달래를 낳고 부끄러워하는 것 같기도 하고 가까이에서 보면 갓 태어난 아기처럼 보이기도 하고. 아무튼 내 맘도 분홍빛으로 마냥 두근두근 설렌다.  
 

이렇듯 평범한 일상의 봄은 몸에 기억을 남기고 그 기억은 ‘지금’이라는 시간과 ‘여기’라는 공간 속에서 새로운 봄으로 자란다. 우리가 맞이하는 봄은 박제된 기억이 아닌 생생하게 몸이 기억하는 봄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 '    -나태주의 ‘풀꽃’-          이 시처럼 우리도 봄의 풍경으로 만나는 모든 것들을 자세히, 오래 바라보자. 너도, 나 자신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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