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고등 수학 교육을 받은 적 없는 중국의 한 노동자가 복잡한 수학문제를 풀어서 학계를 놀라게 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런 소식을 접할 땐 수학영재들을 지도하는 내 자신도 수학이 주는 신비함에 감탄사를 자아내게 된다. 미국 CNN과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33살의 택배 회사 노동자인 위젠춘은 가(假)소수의 일종인 '카마이클 수(數)'를 증명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 지난달 한 저장성 대학원 세미나에서 이를 발표했다고 전했다. 그는 기술훈련학교를 졸업한 후 여러 곳을 떠돌아다니며 일하고 있는 택배기사로 틈나는 대로 수학문제를 풀다 장장 8년 만에 해법을 찾았다고 한다. 그의 집념도 놀랍거니와 그런 수학문제가 있다는 것 역시 놀랍기 짝이 없다.  

더 놀라운 일은 그는 한 번도 수론(數論)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거나 고등 수학 수업을 듣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그가 가진 것은 타고난 재능과 숫자에 대한 극도의 세심함이 전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심리학 교수(로빈 윌리엄스)가 대학 청소부로 일하던 청년(맷 데이먼)의 천재성을 발견하고 일깨워주는 내용을 그린 영화 '굿윌헌팅' 역시 이와 같은 선상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갑자기 유명해져 얼떨떨하다는 위씨는 "난 이해가 느린 편"이라며 "수학문제를 푸는 데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겸손하게 말한 모습을 접하곤 절로 공감을 하게 됐다. 

그리고 우리나라 수학의 문제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행교육의 문제점은 아이들에게 생각하는 시간을 주지 않는 것과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수학문제를 풀게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대다수의 학생이 수학과목 자체를 혐오하도록 만들고 말았다. 소위 말하는 수포(수학 포기자)자가  우리나라에서 유독 많은 것도 수업방식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서구 선진국 6곳과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습량은 30% 가량 더 높으며, 같은 내용의 교육을 우리나라 학생들은 2~3주 만에 교육받는데 비해  핀란드는 4년, 미국은 2년에 걸쳐 수업한다는 사실이다. 제일 큰 문제는 수학적 능력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 일률적인 교육이다. 앞서 나가던 학생은 꾸준히 앞서 나가게 되고, 주춤하던 학생은 그대로 밀려나게 되며, 기초가 다져지지 않았던 학생들은 더욱 뒤쳐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이러한 현상은 교과서에서 비롯되는데, 특정 단원의 수학적 개념을 암기하지 못하면 그 다음 진도로 넘어갈 수 없는 수학 교과서도 수포자 발생의 원인이 되고 있다. 

물론 갑자기 재밌는 수학을 만들 수는 없겠지만, 수학이 얼마나 아름다운 학문인가에 대해 일찍이 경험케 하는 것도 수학을 사랑하도록 만드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그나마 광양교육지원청에서 지난 9일 수학축전을 열어 학생들에게 재밌는 수학 방법을 접할 수 있도록 했다는 데 위로를 받는다. 이런 계기를 어렸을 때부터 자주 접하게 한다면 우리나라도 곧 그런 수학천재들이 배출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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