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자유로운 여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짧지 않은 직장생활을 마치고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평소 좋아하는 지인들과 지난 6월19일부터 23일 까지 4박5일 일정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우수리스크를 찾게 되었다. 모처럼 의미 있는 여행을 하면서 두 가지를 생각 했다. 하나는 초등학교 5학년인 막내딸과 함께하는 행복한 나들이가 그것이고 또 하나는 여행기간 동안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 인가를 계획해 보는 보람된 일정이 되도록 하였다. 

광양에서 동해항까지 7시간, 동해항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24시간 동안 배를 타면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이역만리 연해주에서 풍찬노숙 했던 우리 순국선열들의 노고와 애국심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막내딸 희정이는 난생 처음 해보는 아빠와의 해외여행에 다소 경직 되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낮선 풍경에 표정이 밝아지고 신기해했다. 나도 딸의 기쁜 표정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부터의 행복감이 가득 했다.

블라디보스토크항에 도착하니 잘 정돈된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고 항구 중앙에 우리 태극기, 러시아기, 일장기가 함께 게양 되어 있어서 퍽 인상적 이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중국, 북한, 러시아 세 나라의 국경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국제무역, 관광이 발달하고 국제심포지움과 학술회의가 자주 열리며 태평양 함대의 모함이기 때문에 세계 각국의 해군 함대들이 친절사절로 많이 입항 한다고 한다. 주된 산업은 조선업과 포경(고래잡이), 게등 어업, 어류, 해산물가공업, 선박수리 목재가공인데 식료품 공업도 활발하다고 한다. 

배에서 내려 현지 가이드를 만나 독수리전망대, 혁명광장 잠수함c-56박물관과 제2차 세계대전 기념비와 영원의 불꽃, 승리의 아치라 불리는 개선문을 방문 했다. 도시가 깨끗하지는 않았지만 역사가 깊다는 인상을 받았고 곳곳에 젊은 연인들의 모습과 자유분방한 시민들의 모습에서 체제와 관계없는 국제도시의 느낌을 받았다. 도시에 신호등이 거의 없었고 건널목을 지나가는데 차가 먼저 멈추어 주었고 우리 일행이 다 건널 때 까지 끝까지 배려해 주는 것이 참 고마웠다. 첫날 저녁 작지만 깨끗한 호텔에서 나는 사랑하는 딸과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딸에게 장래 희망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딸은 주저 없이 “과학자가 될꺼야” 라고 말했다. “그래 꼭 꿈을 이루길 바란다!” 나는 딸을 포옹해 주었다. 

정말 행복한 잠을 청했다. 둘째 날은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출발해 우수리스크에 도착 하였다. 수이푼강 강변에 있는 독립운동가 이상설선생님을 추모하는 유허비가 있어서 경건한 마음으로 묵념을 하고 애국가제창과 함께 만세삼창을 하였다. 그리고 옛 발해의 성터와 영토를 구경하였다. 광활한 평원이 지평선을 이루고 스이푼강의 풍부한 물줄기가 장엄하게 흐르니 대조영의 호령소리와 말발굽 소리가 귓가에 들려 오는듯 했다.

우리 민족의 위대한 기상을 느낄 수 있는 현장에 서서 나는 딸의 손을 꼭 잡고 “부디 나라를 위하는 일로 우리 딸이 이곳을 다시 방문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기원했다. 다음은 연해주 한인사회의 지도자 최재형 선생님의 마지막 거주지를 찾았고 안중근의사의 기념석에서 사진 촬영을 하였다. 신한촌 기념비, 우스펜키 싸보르성당도 방문 하였다. 2박의 짧은 러시아 여행을 마무리 하고 오전 11시경 배를 타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항에 도착 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2박, 배에서 2박, 4박5일 동안의 여행에서 나는 그동안의 의타적인 생활을 많이 반성했다. 그리고 적지 않은 나이에 다시 외로운 길을 홀로 걷는 다는 것이 다소 두렵기도 했지만 사랑하는 가족이 있기에 특히 잘 키우고 보살펴야할 막내딸이 있기에 더욱 마음과 자세를 바르게 하고 성실하게 살아 갈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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