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경험적 측면이다. 현실정치에서 국회는 대통령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회의원을 아무리 바꿔도,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정치‘구조’상 여ㆍ야의 역할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즉, 여당은 누가 되더라도 정권의 대변인, 야당은 무조건 싸우지 않으면 안 되는 권력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한 ‘사람’ 교체로는 정치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그동안 매번 절반 가까운 국회의원들을 바꿨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치가 새롭게 변하고 있다고 믿는 국민은 불행하게도 거의 없다.  

 

이제 대한민국은 지도자 한 명이 나서서 “나를 따르라” 고 외치는 시대는 지났다. 국민 모두가 지도자이고, ‘집단지성의 힘’이 시대정신이 된 지 오래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 분석과 처방이 필요하다. 여·야 갈등의 정점에 서 있는, 대통령 한 사람이 모든 권력을 쥐는 ‘제왕적 대통령 구조’부터 바꿔, 여·야가 ‘상호 협치(協治)’하고 ‘연정(聯政)’하는 형태로 갈 수밖에 없다. 즉, 대통령과 의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권한을 분점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권력구조를 바꾸지 않고서는 우리 정치가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둘째, 비교법적 측면이다. OECD 34개국 중 4개국(한국, 미국, 멕시코, 칠레)을 제외한 대다수의 국가들이 ‘분권형 의원내각제’ 또는 실질적 의원내각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제’ 라고는 하지만 51개 주가 거의 자치에 가까운 독립성을 유지(예컨대 사형제를 주법에 따라 달리할 정도)하고 있는 철저한 연방국가 체제로서, ‘제왕적 대통령제’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칠레는 그동안 오랜 독재를 경험해왔는데, 최근 개헌을 추진키로 했다고 한다. 멕시코의 경우는 여전히 정경(政經)유착으로 인한 부패가 심해, OECD 국가 중 정치·경제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최하위를 차지하고 있다. 오죽하면, 독일의 헌법학자 뢰벤슈타인이 “미국 대통령제는 미국 이외의 국가로 한 발짝 수출되는 순간 죽음의 키스로 변한다.”고 설파했겠는가?

 

결론적으로, 한국 의회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정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첫 번째 정치개혁의 과제는, “대통령 권력의 대폭 분산, 의회 권력의 대폭 확대’일 수밖에 없으며, 이는 ‘헌법 개정’을 통해서만이 달성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여·야 국회의원 154명이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을 결성해 개헌 공론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전국 시민·사회단체의 개헌 움직임도 활발해 우리 지역 광양에서도 <개헌추진 국민연대 광양지부>가 발족된 상황이다. 정치권과 시민이 힘을 합쳐, 한국 정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그 날을 손꼽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