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한 주말 아침, 커튼 사이로 젖어든 봄볕이 눈부시다. 서둘러 꽃을 피운 노란 민들레 씨방이 봄볕을 타고 고층아파트 베란다 창틀까지 날아오르고 벚꽃 흐드러진 아파트 놀이터에서는 아이들의 벚꽃 놀이가 한참이다. 봄볕은 이렇게 우리들의 일상 속에서도 서서히 익어간다. 익어 간다는 것은 여물고 숙성되어 간다는 것이다. 늘 이렇게 펼쳐지는 아침 햇살과 자연의 조화로운 풍경들이 만들어 내는 우리네 삶은 감성이라는 잣대로 어떻게 그어 갈 것인가에 따라 행복 지수도 다를 것 같다.

  오늘도 나는 습관처럼 손에 쥔 작은 거인 스마트 기기를 열고 4분 음표를 누른다. 버스커버스커의 <벚꽃 엔딩>을 누르며 이렇게 감성 노동을 시작했다.

<벚꽃 엔딩> 벚꽃이 활짝 피어버린 더 이상 피기를 멈춰버린 거리를 몰랐던 그대와 단 둘이서 걷는다는 건 알 수 없는 떨림과 함께 걷는 다는 것이다. 봄바람에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지는 이 거리를 둘이 걸어간다는 건 듣기만 해도 떨리고 설레는 가사와 가수 특유의 음색, 멜로디는 젊은 청춘만 아니라 50대를 살아가는 나에게도 설렘으로 다가온다.

이 노래는 <슈퍼스타k> 라는 프로그램에서 청춘 뮤직 그룹이 불러 급속도로 전파를 타고 큰 인기를 몰고 왔다. 잔잔한 멜로디와 음색이 독특하고 노래 가사가 주는 의미는 젊은 연인들의 감성을 잘 끌어냈다고 감히 평가하고 싶다.

4월!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거리와 산천은 온통 꽃 대궐이다. 여러 장의 꽃잎이 모여 아름다운 꽃봉오리를 만들어 내는 벚꽃은 질 때도 꽃송이로 떨어지지 않고 한 잎 한 잎 바람에 흩날리며 소멸한다. 또한 벚꽃은 캄캄한 밤에도 꽃 등불을 켜 놓은 것처럼 환하고 예쁘다. 봄에는 많은 꽃들이 지천에 깔려있다. 한 순간 피고 사라지는 꽃들에게도 저마다 향기가 있고 개성이 있다. 나는 이런 꽃들을 보면 김훈 작가의 <자전거 여행>이라는 수필집이 생각난다. 꽃이 피고 지는 모습들을 섬세하게 관찰한 김훈 작가는 “매화와 벚꽃의 죽음은 풍장이다.” 라고 표현했다. 절묘한 표현 앞에서 작가가 보는 안목은 절제된 언어의 그림임을 새삼 느낀다. 나는 시인이라고 훔친 언어의 조각들을 퍼즐 맞추듯 이어가는 아직은 배울 게 많은 설익은 시인이다.

  아파트 놀이터에도 언덕배기에도 <벚꽃 엔딩>이다. 봄볕에 젖어든 커튼을 재치고 곧 한 잎 한 잎 풍장을 하게 될 벚꽃을 바라다본다. 우리네 삶도 가야할 때를 분명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벚꽃처럼 흩날리며 풍장을 하는 모습일거라고 스스로 되뇌어 본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자연과 함께 조화로운 삶을 꿈꾸는 4월 소소한 일상 속에서 느끼는 삶의 행복은 누구나 느끼지 못한 행복을 꿈꾸는 사람만이 느끼는 특권이리라

그대여! 우리 이 거리에서 단 둘이 추억을 노래해요. 우리도 그런 시절 한 번쯤 지나 왔다고 메마른 마음에 <벚꽃 엔딩>을 노래해요. 그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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