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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이었던가? 우연히 SBS 방송을 보는데, 유명한 가수 이효리씨가 자신의 20대를 회상하며 “자존감이 굉장히 낮았다”라는 고백을 듣고 깜짝 놀랐다. 심지어 낮은 자존감 때문에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다 남자 친구가 일찍 집에 들어가야 한다는 말만 들어도 ‘내가 쓸모없는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 방송을 보고 나자 ‘아니, 저렇게 유명한 가수도 자존감이 낮다면 도대체 평범한 사람들은 어쩌란 말인가’ 라며 나도 모르게 깊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자존감’과 ‘자존심’의 차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를 가져다주었다. 물론 자존감(自存感)과 자존심(自尊心)은 글자 하나 차이에 불과하지만 그에 따른 상황은 하늘과 땅만큼 커질 수도 있다. 국어사전에는 자존심이라는 낱말만 게재돼 있지만, 자존감 역시 어렵지 않게 유추해 낼 수 있다.
‘자존감’은 본인 스스로가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인데 비해 ‘자존심’은 타인에 의해서 인정받고 싶어 하는 마음으로 구분할 수 있겠다. 자존심은 타인이 나를 존중해주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정을 받지 못하게 되면 쉽게 상처 받거나 왜곡된 마음을 품기 쉽다. 그래서 타인으로부터 충고를 받거나 비난 받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거나 꺼리게 된다. 그러나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그런 충고를 받아도 쉽게 굴복하거나 망가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신에 대한 신뢰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자존감을 어떻게 하면 높일 수 있을까? 먼저 자신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는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는 마치 먼 길을 가기 위해 지도를 점검하는 일과 같다. 인생이라는 마지막 종착역까지 도착하기 위해서는 자기 점검은 필수적인 사항이다. 그리고 현재 자신이 가장 잘하고 있는 부분을 꾸준히 실천하면서 내면의 힘을 키워야 한다. 그렇지 않고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다 보면 평생 ‘눈치’라는 울타리를 벗어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한 마디로 자존감은 심기가 불편한 심리적 환경으로부터 본인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그리고 ‘자존감’ 높은 사람이 타인의 ‘자존심’도 존중하게 되는 법인데, 이는 내면 속에 건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다. 반면에 자존심만 높은 사람은 열등의식이라는 친구를 데리고 다니는 것을 알 수 있다. 간혹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허영을 쫓거나 과대포장을 해서 자기를 돋보이게 만들고 싶어 하는 게 바로 자존심의 또 다른 얼굴이며, 열등의식은 왜곡된 자존심의 또 다른 그림자에 다름이 아니다.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자존감’ 높은 사람에게서 나오는 이유가 다 있는 셈이다.
결국 자존감과 자존심은 모두 자신을 좋게 평가하고 사랑하는 마음이지만, 자존심은 타인과의 경쟁 속에서 얻는 긍정이며, 자존감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긍정이다. 따라서 자존심은 끝없이 타인과 경쟁해야 존재할 수 있으며 (패배할 경우 스스로를 파괴하거나 못살게 구는 속성이 있지만) 자존감은 자신에 대한 확고한 사랑과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다.
살다보면 누구나 ‘자존감’과 ‘자존심’ 사이를 오가게 마련이지만, 무게 중심을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 상황은 천국과 지옥으로 나눠질 수 있는 법이다. 우리 사회가 "자존심"이 센 사람보다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을 필요로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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