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구이 앞에서 - 광양경제

아침 밥상에 오른 생선구이가 제법 먹음직스럽다. 시장에서는 쉽게 구하기 어려운 자연산이어서 궁금했는데, 얼마 전 직원 아버님께서 낚시로 잡은 것을 주신 것이라고 한다.

지난 연말부터 본 금고를 찾아오는 반가운 소식들(사회환원부문 전국최우수금고수상, 봉사단 시장단체상수상, 중앙회 경영평가우수상수상, 최우수경영평가 대통령상수상 등)이 이어질 때마다, 호사다마라는 격언이 생각나서 지난여름 한 철에는 자칫 해이해지기 쉬운 근무기강으로 인한 안전사고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는 노력을 하는 해프닝을 겪었지만,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닥칠 것은 닥치고 겪을 일은 어떤 형태로든 대가를 치르고 지나가는 것이 순리라더니, 과연 ‘광양읍지점 부지매입과정의 의혹’이라는 전혀 예상 밖의 음해성 언론플레이가 한 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연 삼일동안 안타까운 맘이라며 찾아오는 분들의 전언에 의하면, 모인사가 이사장을 반드시 몰아내서 보복을 하겠다면서, 재래시장과 상가 등에 유인물을 배포하면서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횡령을 해서 곧 징역을 갈 것이란 단다.

문제는 그 주인공들이 하나 같이 자식들이 본 금고에 근무를 하다가 안타까운 사정으로 권고사직을 당했거나, 취업 인사 청탁을 받아주지 못한데 대한 불만을 가진 부모님들이라는 사실이다. 존재감도 없이 야인처럼 살던 내가 새마을금고 경영을 맡고 어언 7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임직원들과 하나 되어, 피나는 노력으로 전국 1,400여 새마을금고 중 자산순위 18위라는 위업을 달성하며, 배우러 가는 금고에서 가르쳐 주는 금고가 되어 새마을금고의 새로운 성장 모델로 주목 받고 있는 이즈음에 불거진 이번 문제에서 그 진위 여부는 차제 하더라도, 그동안의 경영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상처를 입는 직원 가족들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했으니, 앞만 보고 달려온 성장 일변도의 공격경영은 예상 밖의 후유증을 선물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낚시를 해서 잡은 귀한 생선을 일면식도 없는 자식의 직장 상사에게 가져다주신 부모님의 심정을 헤아리자니, 직장을 잃게 했거나, 취업을 받아주지 않는 이사장이 자식의 부모 된 입장에서는 얼마나 얄밉고 괘씸한 일이겠는가. 작금의 상황에서 알 수 있는 것은, 그 분들의 가슴에는 자식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순간부터 분노의 싹을 틔워서 키워오고 있었던 것이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무릎이라도 꿇고 사죄하고 싶지만, 곪을 대로 곪아버린 저분들의 상처를 어떻게 꿰매어 줄 수 있단 말인가. 혹자는 말한다. “네 것도 아니면서 뭐 하러 그리도 열심히 하느냐?” “언젠가는 내려 놔야 할 짐이니. 그저 적당히 타협하면서 둥굴둥굴 공이 굴러가듯 유연하게 좀 하지, 왜 그랬냐?”는 말씀들도 하신다. 그런 점에서 보면, 나는 참 바보며 어리석었거나, 잘 못 사는 것 같다.

2008년 2월, 당시의 본 금고 분위기는 옹색하여 낮은 직원월급이며, 회원에게 배당금 지급도 쉽지 않아서 새마을금고의 본래 이념이자 목적인 사회환원사업에 손을 대는 것조차 어려웠던 상황에서 높은 이직율로 인해 전문직 육성을 위한 직무능력향상을 기대하기가 어려웠던 분위기였다. “우리도 한 번 멋진 직장 만들어서 반듯하게 살아보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주말도 없이 헌신적으로 발품을 팔면서 나서는 직원들이 아니었다면 과연 오늘의 결과가 있었을까. 당시의 열악한 상황은 생각만 해도 꿈만 같던 아득히 먼 희망 한줄기를 붙들고 쉬지 않고 달려올 수 있었던 것은 “우리도 한 번 반듯하게 살아보자.”는 이사장의 비전제시와 경영철학을 믿고 따라준 열정적인 직원들의 노력이 아니었다면 결코 불가능한 일이었다.

핑계 같지만, 가능하면 누구 하나 배제하거나 낙오시키지 않고, 함께 배우고 익혀가자면서 때로는 책을 사주면서 읽게 하는 독서운동, 회계자격증을 포함한 자격증 취득운동 등의 직원성장 프로그램을 가동하였지만, 정직한 경영, 투명한 경영을 내세운 직원의 일체감운동은 낙오자가 탄생할 수밖에 없었고, 조건에 부합하는 청탁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픔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지금 저분들께서 하는 이사장 죽이기 운동은 필연적으로 맞닥뜨려야 하는 과정의 하나인지도 모르겠다. 역으로 자격이 안 되는 직원을 채용했었다면, 이 경우는 어떤 현상이 일어났을까. 직원들의 동요로 인한 성장 동력은 어떻게 되었을 것이며, 선거를 앞두고 일어나는 음해는 역으로 ‘직원부정채용’이라는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남겨야 했을 것이다.

경영! CEO로 산다는 것은 이렇듯 애당초부터 온전함을 추구하기보다 중요한 고비마다 상처받을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선택적 판단을 해야만 하는 운명인 것을 이즈음에 와서 더욱 실감하게 된다. 아침 밥상에 올라온 맛있는 생선 한 마리가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게 하는 인간적 측면의 반성문을 쓰게 하는가 하면, CEO로 산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참 씁쓸해지는 이 기분을 어찌할 수 없다.

광양경제신문 webmaster@g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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