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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라도 말을 하지 않고 살수는 없는 걸까? 하루라도 글(활자)을 보지 않고 살수는 없는 걸까? 절간의 스님들은 묵언수행을 하기도 하고수감자나 맹인처럼 글을 보기 어려운 사람들도 있지만다수의 일반인들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하거나 글을 보는 것을 별 탈 없이 하고 산다.셀 수 없을 정도의 말과 글들이 얼마나 많이 춤추고 있는가? 그러나 정작 그 말과 글이 우리들 가슴에 내려 앉아 감(感)을 통한 동(動)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은 얼마나 되는지...
‘인간이 사용하는 약 중에서 가장 강력한 약은 말이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말은 인간의 삶에서 촌철살인(寸鐵殺人)이 되기도 되고, 촌철활인(寸鐵活人)이 되기도 된다. 나약하고 부족하기 짝이 없는 우리는 수 많은 말과 글에서 상처받고 아파하고 분노한다. 그러나 우리는 내가 하는 말과 글이 타인에게 상처가 되는 줄, 아프게 하는 줄, 분노하게 하는 줄을 알지 못한다. 생각하지 못한다. 기억하지 못한다. 가해자라기보다 항상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가해자일 때 피해자였을 때의 고통은 잊기 십상이다.
사실은 우리는 너나없이 상처도, 아픔도, 분노도 서로 주고받는다. 누구나, 온전히, 가해자도 피해자도 아니다. 말과 글에 있어 갑과 을의 관계를 생각해 본다. 통상 갑은 힘과 권력을 가진 자면서 생산자라면, 을은 약자면서 소비자라 하겠다. 이를 적용해보면 말을 하는 사람과 글을 쓰는 사람이 갑이고 듣고 읽는 사람이 을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말과 글은 이와 반대로 듣는 사람, 보는 사람이 갑이다. 형식적으로는 쉽게 말하고, 쉽게 써야 하는 것이자 내용적으로는 진정성 있고, 품격 있는 언어를 구사하고 써야하는 것이다.
하루에도 수 많은 말과 글들이 신문, 인터넷, 스마트폰 등을 통해 난무한다. 어지럽다. 과연 그 중 쉽고, 진정성 있고, 품격 있는 언어가 얼마나 될지...몇 년 전 작고하신 모친이 생전에 내게 입버릇처럼 말씀하시기를 “아이야, 돈 안드는 말 예쁘게 해라. 말만 예쁘게 해도 어려울 일이 없다”고하셨다. 그냥 흘려들었던 그 말씀이 새삼 크게 와 닿는 요즘이다. 굳이 격이 있을 필요도 고상할 필요도 없다. 그저 진심이 담긴 한 마디의 말과 작은 몸짓과 한 줄의 글이 따뜻한 위안이 되고 힘을 주는 것이니 그것이면 족하다.
말과 글의 갑과 을을 다시 생각해본다. 말과 글에 있어서 우린 누구나 갑이 되기도 을이 되기도 한다. 날 위로해 줬던, 행복하게 해 줬던 ‘을’의 말과 글을 생각하며, 그런 ‘을’이 되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 내 곁에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나의 재산이고 보험이니, 기꺼이 쉽고, 진정성 있고, 품격 있는 언어를 구사하고 쓸 줄 아는 ‘을’들과 함께 있는 ‘갑’이고 싶다. 그래야 내가 덩달아 행복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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