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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보자면 마치 럭비공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수시로 발생하는 사건들이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난 며칠 사이에 있었던 탈영병 총격사건을 접하면서 또 한 번 불안한 가슴을 쓸어내렸을 겁니다. 도대체 우리 사회에 왜 이런 현상들이 주기적으로 발생하는지 그 원인을 밝히기 위해 애를 쓰는 사회학자들이 많이 있지만, 인간의 삶은 즉흥적인 요소가 많아 그것을 수치로 계량화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지 싶습니다.
필자는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선진국 중 우리나라가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보면서 가슴이 무너지는 아픔을 느껴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래도 명색이 목사노릇을 40여년간 했지만 사회 현상은 전혀 달라진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니, 1000만명에 가까운 그리스도인이 일요일 마다 교회나 성당에 가서 예배를 드린다고 하는데 왜 이렇게 우리 삶은 갈수록 불안하고 버겁기만 하는 걸까요?
필자는 이번 탈영병 사건을 접하는 동안 ‘로고테라피’가 먼저 떠올랐습니다. 로고테라피는 빅터 프랭클이라는 정신분석가에 의해 창안되었는데,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의지'에 중점을 둔 실존론적 분석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이론입니다. 권력이나 쾌락과 달리 로고테라피는 인간의 삶에 있어서 주요 원천이 되는 의미를 찾는데 심혈을 기울이며, 이것이 인간 존재에 있어서 가장 강력한 자극이자 원동력이 된다고 여기는 믿음에 근간을 두고 있지요.
사실 우리 삶을 밀고 가는 원동력은 ‘의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이 삶의 존재 의미를 잃게 되는 순간 무기력감과 허무감이 주인 노릇을 하게 되고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 순간 사회를 저주하거나 피해의식 내지 열등감에 사로잡힐 가능성도 그 만큼 커지게 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자신을 원망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원망은 불특정 다수를 해치는 쪽으로 흘러가기 쉽게 되는 셈이죠.
특히 요즘 같이 빈익빈 부익부라는 양극화 시대에는 의미 상실감이 더욱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해야 할 것 중 하나가 바로 자신의 존재이유와 가치를 높여주는 일입니다. 단순한 조직의 부속품이 아니라 존재하는 그 자체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재발견하게 만들어 줄 필요가 있죠. 어느 대학 교수가 자살 사례들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자살의 원인은 질병이나 경제적 어려움이 아니라 놀랍게도 권태 즉 의미를 발견하지 못한 결과가 대부분이었다고 합니다.
한 마디로 확실한 존재 의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어떤 환경이 되었건 삶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생활고가 가장 심했던 1950~70년대 시절에는 자살률이 가장 낮았다는 아이러니한 통계만 보더라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습니다. 앞으로 우리사회가 할 일은 의미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일이지 싶습니다.
어느 누가 되었건 존재하는 그 자체로 이미 충분하다는 것과 우리는 모두 가치 있는 일을 스스로 발견하는 능력이 있음을 깨닫도록 격려와 용기를 심어주는 일에 인색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관심을 가지고 서로를 조금씩 거들어 준다면 우리는 제2의 심 병장 탈영사건 같은 비극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람은 효용가치가 아닌 존재 가치로 인정받을 때 비로소 건강한 삶을 추구하게 되는 능동성과 주체성을 가지게 되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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