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으며, 

봄비가 잠든 대지를 뒤 흔든다

차라리 겨울은 우릴 따뜻하게 했었다….  ”

 

 처음 이 시를 접했던 여고시절 왜, 4월이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노래했을까? ‘따뜻한 봄볕과 예쁜 꽃 그리고 생명의 소리가 들려오는 4월인데….’ 라고 의문이 들곤 했다.

시간이 흘러 내가 어른이 된 지금 이 시를 읽고 곰곰이 생각해 보면 작가의 의도와 깊은 고뇌가 있음을 알게 된다. 이렇게 시간이 흐른 뒤 난해한 시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느끼는 것은 살아온 연륜도 있겠지만 시를 감상할 수 있는 마음의 깊은 성찰도 있음을 알게 된다.

 

 제1차 세계대전으로 말미암아 인간의 정신상태가 황무지처럼 황폐해졌지만, 자연 속의 4월처럼 죽은 것만 같았던 라일락이 봄비를 맞고 소생 하듯, 인간의 영혼이 황폐 이전으로 부활하기를 갈구하는 심정으로 시인은 이 시를 썼을 것이다. 죽음과 고통을 환생으로 이끈 4월은 그래서 시인에게는 잔인했던 겨울보다 더 잔인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시를 좀 더 찬찬히 들여다보면 다른 느낌도 든다. 봄철에 라일락이 피고 싹이 새로 돋아나는 건 사실 봄의 공로가 아니고 혹독한 추위 속에 씨앗과 뿌리를 보듬어 온 겨울의 긴 기다림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연의 기다림을 통해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 뜻도 있음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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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편의 문학작품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읽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생각의 깊이와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차라리 겨울이 더 따뜻했다고 노래한 시인, 피폐화된 마음의 황무지를 개간하기에는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흘러야 했을까? 현대 문명을 살아가고 있는 고뇌의 삶이 연속인 우리들, 아름다운 4월의 계절 앞에 마냥 아름답다고만 할 수 없는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또한 4월이 그토록 잔인했던 이유는 5월의 화려함을 숙성시키기 위함이었고 시인 영랑의 마음처럼 ‘모란이 피기까지는 영광은 봄을 기둘리고 있을테요.’라고 봄의 여신을 기다리며 사랑하는 작가의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문학 작품은 황폐화된 우리의 마음을 다독여 주고 녹여주는 매개체임을 느낀다.

 

 버튼만 누르며 모든 걸 해결해 주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인간의 편리함 속에 잃어가고 있는 감성의 황폐함을 우리는 어디서 충족시켜야할까? 차라리 지난겨울이 따뜻했다고 노래한 시인의 마음처럼 4월, 한 편의 문학작품 속에서 생명의 아름다운 소리를 느끼며 정신적 충족감을 찾아봄이 어떨까? 모든 생명체의 고뇌를 묘사하고 있는 황무지, 망각의 눈에 쌓인 겨울이 차라리 행복했다는 시인의 마음처럼 다시 움트고 살아가야 할 4월의 시작은 잔인하겠지만 어떻게 아름답게 나를 숙성시킬 것인지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가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