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수 번역가

또 추석이 돌아오고 있다. 그러나 서민들 마음은 기쁨보다 걱정이 더 앞서 있을 것이다.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가정경제는 나아지는 것이 없으니 당연하다 하겠다. 모두가 다 알고 있다시피 추석을 흔히 중추절(中秋節)·가배(嘉俳)·가위·한가위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해 농사를 끝내고 오곡을 수확하는 시기이므로 명절 중에서 가장 풍성한 때이기도 하다. 추석의 유래는 고대사회의 풍농제에서 기원했으며 일종의 추수감사절에 해당한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라 유리왕(儒理王) 때 6부(六部)의 여자들을 둘로 편을 나누어 두 왕녀가 여자들을 거느리고 7월 기망부터 매일 뜰에 모여 밤늦도록 베를 짜게 했다. 8월 보름이 되면 그동안의 성적을 가려 진 편에서 술과 음식을 장만하여 이긴 편에게 대접했다고 한다. 이때 회소곡(會蘇曲)이라는 노래와 춤을 추며 놀았는데 이를 ‘가'라고 불렀다는 기록이 전하고 있다. 고려시대에도 추석명절을 쇠었으며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는 국가적으로 선대 왕에게 추석제(秋夕祭)를 지낸 기록이 남아 있다.
결국 1518년(중종 13)에는 설·단오와 함께 3대 명절로 정해지기도 했다. 추석날 아침에는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가서 여름비에 무너진 무덤 보수와 벌초를 하기도 했다. 조상 상에 바치는 제물은 햇곡으로 준비하여 먼저 조상에게 선보이며 1년 농사의 고마움을 조상에게 전한다. 성주·터주·조상단지 같은 집안 신들도 햇곡식으로 천신(薦新:새로운 것을 조상님께 올리는 일)하며 추석치성을 올린다. 추석에는 정월 대보름보다는 작지만 풍성한 민속놀이도 행해졌다.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제주도 풍속에는 조리희(照里戱)라 부르는 줄다리기, 그네, 닭잡는 놀이인 포계지희(捕鷄之戱) 같은 놀이를 하기도 했다. 수확철이라 다양한 음식이 선보이며 추절시식(秋節時食)이라 하여 햅쌀로 술을 빚고 송편을 만들며 무나 호박을 넣은 시루떡도 만들었으며, 찹쌀가루를 쪄서 찧어 떡을 만들고 콩가루나 깨를 묻힌 인병(引餠), 찹쌀가루를 쪄서 꿀을 섞어 계란처럼 만든 율단자(栗團子)도 만들어 먹었다. 또 반보기의 풍습도 있었는데, 반보기란 시집간 여자가 친정에 가기 어려워, 친정부모가 추석 전후로 사람을 보내 만날 장소·시간을 약속하여 시집과 친정 중간쯤에서 만나는 것이다. 지금은 이 풍습이 없어졌지만 추석 뒤에 음식을 장만하여 친정에 가서 놀다 오게 했던 것이다. 이러한 추석은 지금까지도 우리 민족의 고유한 명절로 이어져 오고 있지만 시대가 많이 변해서 그런지 추석을 보내는 방법도 많이 다양해졌다.
특히 이번 추석은 다른 때 보다 연휴가 더 길어 어떻게 보낼까 하는 고민들을 하고 있을 텐데 역시 가족과 보내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추석을 보내는 일이지 싶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한 상에서 먹고 또 그동안 밀린 이야기로 회포를 푸는 것처럼 소중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성리학의 대가인 주자선생님은 이런 말을 했다.
불친가족소후회(不親家族疏後悔) 즉 가족에게 친하게 대하지 않으면 멀어진 뒤에 뉘우친다는 뜻인데, 가까이 있을 때 가족에게 잘 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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