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은 마음의 胎자리
수어(水魚)댐 건설로 인해 비촌마을이 물에 잠겼다. 혹자는 마을 이름이 이미 그렇게 정해졌다며 지명의 현실성에 무게감을 실었다. 말 그대로 날아갈 마을((飛村)이라는 뜻인 ‘날몰' 로 불리었던 것만 보더라도 그 사실을 한 눈에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날 비(飛) 자는 ‘높게' 된다는 의미도 포함 돼 있는 것으로 봐서 이 마을이 ‘번창'되기를 비는 뜻에서 그렇게 불렀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결과론적으로 마을이 이주를 했기 때문에 날 비(飛) 자가 더 설득력을 갖는다고 볼 수밖에 없다하겠다. 사람들은 명절 때가 되면 고향을 찾는다. 문화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를 가리켜 귀소본능이라고 불렀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3천만명이 이동했을 정도로 고향에 대한 애착이 생각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짐승만 탯자리를 찾는 게 아니라 사람도 그렇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삶이 힘들고 어려울 때는 자기도 모르게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으로 봐서 충분히 수긍이 간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여우가 죽을 때는 제가 살던 굴이 있는 언덕 쪽으로 머리를 둔다는 뜻으로,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아마 진상 비촌 마을 사람들도 물에 잠긴 고향이 무척 그리웠을 것이다. 비촌 마을에 수어댐이 들어 선 것은 1974년 8월20일이다. 그리고 4년 후인 1978년 5월26일에 준공을 마쳤다. 수어댐의 길이는 437m에 높이는 67m이며 저수량은 28,100,000m에 달한다. 유역면적은 49km이며 여천공단과 광양제철 등 광양지역의 급수난을 해결하고 장래 용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도시 및 공단의 용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건설된 수원시설이다. 그 덕분에 광양시는 물 걱정 하지 않고 살 수 있게 됐다. 더구나 요즘은 댐 주변으로 데크 길을 설치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그대로 즐기면서 운동까지 곁들일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여물어 가는 가을, 한적한 수어댐 데크 길을 걸으면서 삶의 의미를 생각하는 것도 운치 있는 일일 테다. 이제 수어(水魚)댐은 고기를 가둔 곳이 아니라 물을 가둔 수어(水禦)댐이 됐으니 앞날은 아무도 모를 일이로다.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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