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소리 바람소리 그 자체가 부처님의 法文이거늘”

성불사에 오면 모든 번뇌 사라져
광양읍 봉강면에 소재하고 있는 성불사(成佛寺)를 찾았다. 석탄일이 좀 지나서인지 절은 한가하고 고즈넉했다. 성불사를 걸어서 올라가는 숲길이 아름다워 금방이라도 성불을 이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성불사를 다녀오면 모든 번뇌가 사라질 것만 같았다. 6월의 신록은 눈이 부셔 제대로 쳐다볼 수 없을 정도였다. 숲은 사람의 심신을 치료하는 에너지 덩어리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성불사는 전남지역의 유일한 용화종파인데, 이 종파는 석가모니불이 다음에 찾아올 미륵불을 기다리며 고통 없는 용화세계를 예비하고 있다는 것을 설파하는 종파다. 용화세계란 부처님의 말씀을 실천한 공덕으로 복덕과 행복이 가득한 세상을 가리킨다. 물론, 미륵부처는 미래의 부처지만 그 미래가 현재에 다가와 합쳐지므로 현재의 부처가 되기도 한다. 항상 기도하는 마음으로 바르게 살아 갈 때 이미 미륵부처는 사람들 가슴 속에 살고 있는 셈이 되는 것이다. 단언하건데 누구든지 성불사를 찾게 되면 성불사가 품고 있는 봉강계곡과 숲이 바로 용화세계가 아닐까, 하는 확신을 가지게 될 것이다.

아픔의 역사를 딛고 다시 부흥
성불사는 백운산 도솔봉 아래에서 위치한 사찰로서 확실한 창건연대는 찾아볼 수 없으나 신라말기 도선국사(서기827~898)가 창건한 사찰이라고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현재 성불사 주지로 있는 법광 스님을 만났다. “지금은 옛 모습이 대부분 소실되고 터만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신라 때부터 고려~조선시대로 이어져 내려온 대가람 사찰로 당시에는 암자만 40여개가 넘게 있었고, 사부대중(스님과 남녀신도)의 수가 천명에 이르러 사부대중의 공양을 위해 성불계곡에서는 12개의 물레방아가 설치돼 쉴 새 없이 방아를 찧었다.”고 옛 성불사의 위엄을 소개했다. 하지만 임진왜란 당시 사찰은 대부분 소실되고 빈터만 남게 되면서, 언제 폐허가 됐는지도 알 수 없게 됐지만, 성불사의 역사를 뒷받침하듯 사찰 앞 계곡에는 공양을 위해 바쁘게 움직였을 4개의 절구통이 남아있다. 또한 부도탑두와 당시 시주자 이름이 새겨진 기왓장, 토기도 함께 보존돼 성불사의 역사를 대신 증명해 주고 있다. 이런 성불사가 복원된 것은 지난 1965년 무현선사가 조그마한 초암 3간을 지어 수행 정진하면서부터라고 한다. 이후 1974년 법광수좌와 복원불사를 시작으로 대웅전(현재 극락전)과 용사 2동을 지어 불제자와 사부대중의 기도정진 도량을 마련했으며, 1980년 사천왕문을 겸한 범종루를 지어 500관의 범종을 주조했다고 한다.

자비를 베풀면 누구나 ‘부처님’
“1986년에는 전면 5간 측면 3간, 다포집, 대자보전 관음전을 완공하고 1995년 태국 프라프타 승왕으로부터 부처님 진신사리 5과를 수증 받아 도량 중심에 5층 탑을 건립함으로써 12동이 복원됐다.”고 법광스님이 설명했다. 특히 성불사 종루에서 바라보는 산자락은 그 풍경이 빼어나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푸른 산자락만 바라보고 있으면 금방이라도 열반에 들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또한 맑은 소리를 내면서 흘러가는 계곡의 물소리는 마치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이처럼 아름다운 풍경 때문에 여름이 되면 피서객들 때문에 한바탕 몸살을 앓기도 한다. 인터뷰를 마치자 법광스님은 “부처님의 뜻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가까운 이웃과 자연을 사랑할 줄 알면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며 “깨달은 바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것이야 말로 가장 중요한 수행”이라고 한 마디로 요약했다.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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