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물아일체를 이루는 한국의 탑(塔)

고려시대 성황3층석탑

탑(塔)은 한국 사람들에게도 매우 친근한 조형물이다. 요즘도 등산객이 자주 다니는 곳에는 반드시 탑 모양의 돌을 쌓곤 한다. 왜 그런지 정확한 의미는 몰라도 본능처럼 그렇게 한다. 물론, 기원의 의미를 담아 복을 받거나 건강하기를 바라는 무언의 뜻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탑은 원래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모시기 위해 지은 건축물의 하나였다. 그 건축물을 가리키는 원래 이름은 스투파(쌓아올린다)였는데 그것이 탑파로 불렸고, 다시 탑파를 줄여서 탑으로 부르게 되었다. 아닌 게 아니라 탑은 하나씩 쌓아 올려 만드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 만큼 정성을 요하는 일이다.

어떤 학자는 석가모니를 지칭하는 ‘붓다' 라는 이름이 음역 되는 과정에서 탑으로 변했다고도 한다. 재밌는 것은 탑을 영어로는 타워(Tower)라고 하는데 이 말 역시 탑과 같은 음성적 성질을 가지고 있다. 물론 최고를 뜻하는 탑(top)도 같은 맥락을 형성하고 있는 뜻이다. 탑은 모양에 따라 전형석탑, 복발형탑, 보협인탑, 오륜탑, 4사자석탑 등으로 나누기도 하고, 재료에 따라 목탑, 석탑, 전탑, 모전석탑, 금은탑, 청석탑 등으로 다양하게 분류한다.

그러나 정말로 중요한 것은 탑이 가지고 있는 의미다. 한국형 탑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소박하면서도 담백한 특징을 자랑으로 한다. 광양에도 고려시대 탑이 그대로 보존돼 내려오고 있다. 고려시대 때 축조된 이 석탑은 야산 평지에 위치한 3층 석탑으로 지대석과 하층기단 중석을 각각 따로 만들어 4매 판석으로 짜고 4면에는 모서리 기둥과 중앙에 탱주(撑柱)가 있는데 상면으로 상층기부를 받기 위한 몰딩을 생략한 게 특이하다.

기단부 갑석은 두꺼운 편이며 조각수법이 세련되지 않아 평박하게 보이는 한편, 하면은 부연이 퇴화된 채 수평을 이루고 있다. 이 석탑은 이중 기단의 통식을 따랐으나 조법이 섬세하지 못하며 일부 양식에서 퇴화된 점 등을 고려하면 고려 후기에 만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곳에 석탑이 있는 것으로 볼 때 고려시대부터 사찰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절 터에 대한 아무런 문헌이 없어 그 내용을 알 길이 없으며 한 때 기단부가 파손됐으나 1976년과 1997년에 보수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이 석탑은 소박하면서도 기품이 있는 탑으로 그 아름다움을 인정받고 있다.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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