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적지 발굴은 역사의 기억을 복원하는 작업이다

백제시대 마로산성 집수정

사람 손에 지문이 있듯이 땅에도 고유한 지문이 있는 법이다. 사람의 지문이 모두 다르듯이 땅의 지문 또한 다르게 마련, 우리는 땅의 지문을 가리켜 역사라 부르기도 한다. 역사적 사실은 글로 기록되기 이전에 이미 땅속에 남게 되는 셈이다. 후세대 사람들은 의도적으로 혹은 우연적으로 이러한 과거의 지문을 발견하고 당시의 잊혀 진 시대를 새롭게 복원한다. 그리고 단절된 시대를 뛰어 넘어 서로 공감하는 능력을 배양시킨다. 그래서 때때로 역사를 정신의 핏줄이라고 부르기도 했던 것이다.

광양마로산성은 그 여느 유적지 못지않게 많은 이야기를 감추고 있다. 유물과 유적이 발굴될 때마다 꽁꽁 잠들어 있던 마로산성은 수백 년 동안 마법에 걸렸다가 풀려난 사람처럼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다. 마로산성은 광양읍 용강리 해발 208.9m의 마로산 정상부와 능성을 따라 테를 두르듯 둘러쌓은 테모식(머리띠식)산성으로 자연지형을 잘 이용하고 있다는 게 역사학자들의 평가다.

산성의 규모는 둘레550m, 성벽 너비5.5m, 외벽높이3~5m, 내벽높이1~2m, 성내면적18.945제곱미터이다. 지금은 대부분의 성벽이 허물어져 내렸지만 그 규모는 한 눈으로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양호하다. 이 산성은 백제시대에 돌을 쌓아 만들었으며 통일신라 때까지도 아주 유용하게 이용해 왔다. 그리고 임진왜란 때는 광양읍성회복을 위해 왜군과 치열한 싸움을 벌일 정도로 중요한 요충지였다.

학자들 말에 의하면 이 성은 마로현(광양의 옛이름)의 중요 행정관청이 있던 곳이었을 가능성이 있으며 행정관청을 방어하던 시설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산성 안에는 백제시대와 통일신라시대에 사용된 다량의 기와와 토기를 비롯하여 흙으로 빚은 수통, 석환(전투용 주먹돌)등이 출토되었고 글자가 있는 기와가 발견되기도 했다.

또한 산성의 남쪽과 북쪽 모서리에 망을 볼 수 있는 망루 2곳과2~3개의 건물지, 성 안팎에서 우물지 등이 확인됐다. 그 중에 집수정은 물을 모아 공동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당시 기술로 보자면 뛰어난 첨단공법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유적지가 중요한 이유는 흘러간 역사의 기억을 새롭게 복원해 미래를 내다볼 수 있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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