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자신을 망치는 것과 싸우는 일이다

망가지지 않기 위해 일을 한다

지상에서 남은 나날을 사랑하기 위해

외로움이 지나쳐 괴로움이 되는 모든 것

마음을 폐가로 만드는 모든 것과 싸운다

슬픔이 지나쳐 독약이 되는 모든 것

가슴을 까맣게 태우는 모든 것
실패와 실패 끝의 치욕과 습자지만큼 나약한 마음과

저승냄새 가득한 우울과 쓸쓸함

줄 위를 걷는 듯한

불안과 지겨운 고통은 어서 꺼지라구!
신현림(1961~)

망가지지 않으려면 일을 하라

나는, 지금까지 자기와 싸워서 이긴 사람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어쩌다 이기는가 싶다가도 돌아서면 늘 패배다. 애당초 싸움의 적수가 되지 못하는 것이다. 내 속에 얼마나 많은 내가 활동하고 있는데, 이길 수 있겠는가. 이기겠다는 그 자체가 오히려 무모한 행동일 테다.

감히 자기와 싸워 이기려하다니. 성인이라고 떠받드는 공자님도 자신과의 싸움에는 늘 패배를 당했는지, 다음과 같은 경고를 남겼을 정도다. "파산중적(破山中賊)은 이 (易) 나 파심중적(破心中賊)은 난(難)이라고." 산속의 도적은 이기기 쉬운데, 자기와 싸움에서 이기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때론 큰 마음먹고 한번 겨뤄 보기도 하지만 역부족이다. 간단한 방법이 하나 있기는 하다. 싸움을 포기하면 되는데 문제는 또 포기하는 방법을 모른다는 점이다. 그러나 시인은 이렇게 선언하고 있다. 일에 몰두하는 것이야 말로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라고.

물론, 일을 사랑하는 것과 일중독은 엄연히 다르다. 현대인들이 불행한 것은 일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일중독에 매달려야 한다는 데 있다. 하지만 일은 수시로 밀려드는 삶의 허무와 고독을 견디게 하는 면역력을 길러준다.

자기가 하는 일에 영혼의 지문을 남기려면 일단 자신의 일을 사랑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지겨운 고통은 희망으로 변하기 시작할 것이다. 역시 망가지지 않기 위해 일을 한다는 것은 정답이다.

/홍봉기 기자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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