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의 손금 / 반칠환

얼음호수가 쩌엉 쩡 금간

손바닥을 펴보이자

수십 마리 오리들이 와글와글

엉터리 수상을 본다

걱정말우

봄부터는 운수 풀리겠수

쩌억 적 어름에 달라붙는

제 물갈퀴 발금의 시린 소망이겠지

이제부터 당신도 운수 대통 할 것이다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함과 동시에 가슴을 시리게 만드는 詩다. 시인은 금간 호수의 모습을 보면서 상처로 갈라진 우리 마음을 드려다 보게 만든다. 하긴, 이 세상에 금가지 않은 마음들은 하나도 없을 터, 관심을 가지고 살짝만 드려다 보면 곳곳에 미세한 금들이 산맥처럼 뻗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아니, 금(金)때문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금(龜裂)이 가버렸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 시는 그런 것 걱정하지 말라고 등을 토닥거리며 격려해 주고 있다. 올 봄부터는 운수도 풀리겠다며 은근히 희망까지 갖게 만든다. 희망은 언제나 성취할 때보다 꿈꿀 때가 더 아름다운 법이다. 이는 마치 결혼하기 전 연애 때가 가장 아름다웠던 것처럼.

그렇다. 중요한 것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다. 현실이 아무리 얼음장처럼 차갑다 해도 소망의 발금질은 계속 되어야 한다. 그래야 봄을 맞이할 수 있을 테니까. 올 봄에는 아무래도 돌팔이 관상쟁이한테 가서 손금이라도 한 번 봐야 할 듯싶다. 물론, 마음의 손금을 볼 수 있는 사람이야 드물겠지만 어찌 알겠는가, 혹 그런 행운을 만날 수 있을지....그렇다면 그 관상쟁이도 오리와 똑 같은 말을 하지 싶다. "걱정말우, 지금부터는 운수 대통할 테니까!"라고. 물론, 이 시를 읽고 있는 당신도 운수 대통할 것이다.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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