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만 사랑 노래
詩황 동 규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 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환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에 내려 앉지 못하고
눈 뜨고 떨며 한없이 떠다니는
몇 송이 눈

12월은 거침없이 내달리고 있는데...
어김없이 ‘어제’가 흘러가고 또 ‘오늘’이 되었다. 아니 ‘오늘’은 또 ‘어제’가 될 것이다. 불행하게도 미래를 미리 맛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는 늘 과거 아니면 기껏해야 ‘지금’을 살아갈 뿐이다. 강원도에는 눈이 엄청 왔다는데 여기는 비만 찔끔거리고 있다. 그러고보니 벌써 12월도 중순을 향해 거침없이 내달리고 있다.

지금은 어쩔 수 없이 뒤를 돌아보면서 후회하기 시작하는 시간일 테다. 올 한 해 동안 우리는 얼마나 많은 길들을 만들고 또 지워가면서 살아왔는지 모른다. 때로는 지워진 길 앞에서 대책 없는 한숨을 내 뿜기도 했을 터. 며칠 전에는 또 가까운 아제 한 분이 세상을 떠났다. 심근경색이라고 했다. 엑스레이 사진을 보니 모든 심줄이 막혔다고 했다. 어디 막힌 게 심줄뿐일까. 우리는 모두 어딘가 조금씩은 그렇게 막힌 채 살아가고들 있을 것이다.

이런 날 눈이라도 한 번 와주면 좋겠다 싶지만 막상 눈이 내리면 교통이 막힌다며 짜증부터 먼저 낼 것이다. 그래서 더 슬프다. 그런 서정적인 풍경이 사라짐과 동시에 우리 마음은 더 삭막해 지면서 끝내 사막이 될 테니까. 시인은 땅에 내려앉지 못하고 공중에 떠다니는 몇 송이 눈에게 애틋한 마음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아마 그 눈은 다름 아닌 우리들 자신일 것이다. 마음 한 번 제대로 쉴 공간을 마련하지 못해 방황하고 있는 우리 자신의 모습... 말...이...다.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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