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시가 2009년부터 추진해 오던 밤 주식회사 설립이 끝내 무산되고 말았다. 밤 주식회사 설립은 전남도와 광양시가 함께 관내 밤을 대상으로 소규모 분산 경영구조 개편을 통한 경영비 절감과 생산·가공·유통사업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추진해 왔던 사업이다.

결국 지역 특산품인 밤을 더욱더 경쟁력 있게 만들어 생산농가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자 했던 사업이었다.

하지만 너무나 아쉽고 유감스럽게도 설립은 끝내 물거품이 돼버린 채 시간만 낭비한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

지난해 11월 첫 주민설명회를 시작한지 꼭 1년8개월 만의 일이다. 생산농가의 자발적인 참여가 사업초기부터 무산되기 전까지 수없이 강조됐지만 마지막까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주민설명회와 간담회만 36회나 실시했다. 최소 출자금 10억원. 많은 돈이고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더구나 생산농가들이 최소출자금 10억원을 만들기는 솔직히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광양시는 출자금 확보를 위해 생산농가들을 대상으로 많은 참여를 부탁했지만 쉽게 나서는 농가도 없었고 나서긴 했지만 턱하니 돈을 내놓는 농가도 드물었다.

이처럼 주식회사의 주인이 될 생산농가들의 참여가 부족하다 보니 2년여 가까이 되는 시간동안 ‘설립 오리무중’, ‘설립 무산 위기’, ‘설립 제자리’, 등 여러 불신의 타이틀을 달고 여기까지 온 것이다.

당초 생산농가 위주로 설립이 추진됐지만 참여율 부족으로 인한 출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리면서 외부투자자까지 나서게 된다. 그나마 외부투자자의 참여로 주식회사 설립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였지만 역시나 농가들의 참여율 저조가 문제가 됐다.

광양시는 이번 밤 주식회사 설립이 무산된 원인으로 최소 출자목표액 10억원 확보 후 주식회사 설립 시 운영자금 등 추가 자본금 확보 불확실에 따른 생산농가들의 투자 기피와 청약자 대부분이 자생력을 갖춘 주식회사 설립이 아닌 정부보조 등 보조금 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며, 보조금 지원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관망세를 보였다고 결론을 내렸다.

절대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광양시 역시 밤 생산농가들이 밤에만 전념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산농가들은 대부분 타 작물과 함께 밤을 생산하고 있다. 시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있다. 타 작물보다 밤의 경쟁력이 떨어졌던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사업을 추진했고, 그래서 무산됐다고 하는 표현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

현재도 밤 재배 면적을 줄이고 대체작물을 재배하는 추세다. 밤의 경쟁력은 점점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더구나 관내 밤 생산농가들로 구성된 협의체는 단 하나도 없어 초라할 정도다.

이번 밤 주식회사 설립 무산이 광양 밤의 경쟁력을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한 밤으로 안내할지 아니면 상쾌한 아침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지 시와 생산농가들의 의지가 더욱 절실한 시점을 맞이하고 있다.

조찬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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