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참 재미있는 통계를 본 적이 있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가 틀어지는 것 중 하나는 상대방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흔히 말길을 알아듣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 그 좋은 예다. 우리는 날마다 쉬지 않고 이야기를 하고 또 듣게 된다. 그러나 정작 내 말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나 될까, 하고 생각하면 실망을 금치 못하게 된다. 대부분 듣는 척 하거나 아니면 속으로 딴전을 피우는 게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속은 늘 못 다한 이야기들로 가득하고 틈만 나면 그 이야기를 상대방에게 전달하려고 하는 데 몰두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상대방의 말이 마음까지 전달되기도 전에 도중에서 다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언젠가 경청(傾聽)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는데, 알고 보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얼마나 남의 말을 듣지 않았으면 그런 책까지 나올까 싶다. 오죽하면 성자(聖者)란 다름 아닌, 남의 말을 잘 듣는 자라고 했을까. 거룩할 성(聖)자를 보면 그 사실을 단박에 알 수 있다. 거룩할 성(聖) 자에 귀 이(耳) 자가 제일 먼저 시작되는 것을 보면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성자란 먼저 남의 말을 잘 듣고(耳) 입을 연다(口)는 뜻이 들어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귀(耳)는 귀(貴)로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우리가 사물을 판단하는 것은 귀를 통해 제대로 들어야 가능하다. 그래서 갈수록 경청이 필요한 시대가 되고 있는지 모른다.
#경청이란 그냥 들려오는 소리를 피동적으로 듣는 게 아니라 능동적으로 듣는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그래서 기울 경(傾)자와 들을 청(聽)자로 결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들을 청(聽)자도 귀이 자에 마음 심자가 들어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세상에 누가 그렇게까지 열심히 경청을 할까만, 듣는다는 행위는 단순히 소리를 전달하는 게 아니다. 그 말이 마음까지 전달되지 않으면 그저 울리는 꽹과리 소리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미사여구로 말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진정성을 가지고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것은 레토릭(수사학)이 아니라 신세리티(진정성)에 있기 때문이다. ‘듣다’라고 하는 영어역시 깊은 뜻을 가지고 있다. ‘듣다’는 hear인데 여기에 알파벳 t자 하나만 붙이면 마음(heart)이라는 뜻이 되는 것만 해도 그 상관관계를 추론할 수 있다. 상대방의 말을 듣고 심장이 벌렁거린다면 제대로 듣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연애 할 때는 늘 심장이 그렇게 뛰는 것이다. 결국, 소음이란 마음까지 전달되지 못하는 모든 소리들을 말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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