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들이 말하기를 자아에 대한 이상이 높을수록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고 한다. 이 말을 곰곰이 곱씹어 보니 그럴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아에 대한 이상이 높은 사람은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감 때문에 몹시 괴로워하기도 한다. 나처럼 대충맨(?)은 상처를 받아도 깊이 묻어두지 않고 툴툴 털고 금세 원기를 회복한다. 좋게 말해서 내 자신을 이해하고 스스로에게 관용을 베푸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하고 얼마든지 판단을 그르칠 수 있다는 여지를 스스로에게 남겨두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지나치면 책임의식이 희박할 수도 있다. 그래서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완벽을 지향하는 사람은 그게 쉽지 않다. 나는 사람의 마음과 생각도 주 단위마다 한 번씩 비워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를 가리켜 ‘생각통’ 비우기라고 부른다. 쓰레기통도 차면 비워야 하듯이 내 생각통도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타인에게 너무 고고하게 보이거나 혹은 자아 이상이 높은 사람은 좀처럼 실수를 하지 않으려 하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추호도 흠을 잡히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마음속 이야기를 좀처럼 하지 않고 자기 혼자만 가슴에 묻어 둘 때가 많다. 문제는 그렇게 한다고 해서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닌데(본인도 알고 있지만)도 자아는 양보하지 않고 스스로를 괴롭히게 된다. 결국 이런 상태가 오래 가면 자살을 하거나 살인을 하며 스스로를 파괴하게 된다. 결국 자기에 대한 지독한 완벽성과 결벽증이 증오로 바뀌면서 죽음충동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에 자살한 탤런트 박용하만 해도 그렇다. 박용하는 선량하고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다. 겨울 연가에 출연한 그의 모습만 해도 그렇다. 그의 이미지는 너무나 순결하고 깨끗해 악역은 도저히 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게 문제다. 실제로 박용하는 그렇게 살려고 노력 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현실은 늘 싸움과 욕설과 배신이 난무하는 곳이다. 아무리 고상하려고 해도 고상해지지 않는다. 고상해지려면 세상과 담을 쌓아야 하고 또 할 수 있으면 홀로 있어야 한다. 여기서부터 자아는 서서히 왜곡되거나 망가지기 시작한다. 특히 유명한 사람들은 실패를 한다거나 잊혀 진다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어쩌면 이번에 자살한 박용하도 그런 이유가 많이 작용했는지 모른다. 죽음 충동은 결국 완벽한 상태에서 살고 싶어 하는 자아가 현실의 모순을 인정하지 못해 선택하게 되는 마지막 탈출구였던 셈이다. 가장 좋은 상태로 영원히 기억되거나 남고 싶다는 자아 이상주의 때문에 사람들은 더러 목숨을 버리기도 하는 것이다.

사실 자아(自我)란 낱말은 자기 스스로를 지킨다는 의미가 있다. 그래서 나 아(我) 자는 손 수(手) 변에 창 과(戈) 자로 구성된 것이다. 병사가 창을 들고 적을 지키듯이 자아가 공격을 당하면 자신을 지키기 위해 노력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잘못하면 적을 막아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해칠 수도 있는 게 바로 이 자아인 셈이다.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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