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때문에 큰일이라고 경제전문가들이 경고를 하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안일함에 빠져 있다. 지난해 말 우리나라 가계부채 총액은 733조원으로 최근 2년간 103조원이나 늘었다. 1인당 부채는 1인당 국민총소득의 80.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64.4%(2008년 말)를 크게 웃돌았다.

가처분소득에 대한 가계부채 비율도 2004년 113.7%에서 매년 상승해 지난해에는 143%에 이르러 미국(126%)이나 일본(110%)보다 높았다. 가계부채 증가로 4인가족의 경우 1년간 이자로 나가는 돈만 평균 200만원이 넘는 액수다.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가장 큰 원인은 소득불평등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지니계수는 전국가구 시장소득 기준으로 2006년 0.331에서 2009년 0.345로 올라갔다.

상위 20% 계층의 소득을 하위 20% 계층의 소득으로 나눈 값인 5분위배율은 전국가구 시장소득 기준으로 같은 기간 6.7배에서 7.7배로 높아졌다. 또 요소소득 가운데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비율을 나타내는 노동소득분배율은 2006년 61.3%에서 2009년 60.6%로 낮아졌다. 그 기간 중 취업자 가운데 임금근로자 비중이 67%에서 70%로 올라갔으면 차지하는 몫도 그에 맞춰 더 늘어야 하는데도 오히려 줄어들었다. 대기업들이 깜짝 실적을 나타냈지만다수 노동자들에게는 영향을 끼치지 못한 것이다.

저소득층은 소득이 정체해도 기본적 소비지출은 해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 하위 20% 소득계층의 가계적자 크기는 2008년 44%에서 2009년 57%로 높아졌는데 그만큼 부채가 증가했다. 경제위기에 대응하면서 이명박 정부가 저금리와 종합부동산세 인하 등으로 거품이 꺼지는 것을 막으려 한 것도 가계부채 증가를 부추겼다. 가계대출에서 주택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6월 56.6%에서 2009년 6월 59.1%로 높아졌고 올해 1월에는 59.9%가 되었다.

2009년의 경우 가계대출 증가액의 95.1%를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했다. 소득불평등은 확대되는데 사회보장체제는 따라가지 못하자 국민들이 부동산 보유로 노후에 대비하려 한 것도 부동산투기를 촉진했다. 가계부채를 억제하려면 양극화 해소가 시급하다. 비정규직 증가와 차별 확대 등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시정하기 위해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부당 하도급 거래를 개선해야 한다.

또한 주거, 노후, 자녀 양육과 교육, 의료 등에서 저소득층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공복지를 확충해야 한다. 특히 가계부채 증가의 가장 큰 요인인 주택분야에서 공공주택 공급을 늘려나가야 한다. 다만 최근 국가 재정건전성이 악화되고 있으므로 4대강 사업 등 무리한 사회간접자본과 감세정책을 중단하고 OECD 국가들에 비해 크게 낮은 소득세와 고용주 부담 사회보장기여금의 증세를 통해 소요 재원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기준금리 인상도 필요해 보인다. 기준금리 2.0%를 점차적으로 1%포인트 이상 인상할 필요가 있다. 금리가 인상되어 가계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더라도 주택담보인정비율(대출액/주택가격)이 50% 이상인 대출 비중이 하락하고 있어 대규모 채무불이행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 현재 은행들의 예대마진이 2.76%로 높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높이더라도 이것을 모두 대출금리 인상으로 반영하지 않고 예대마진을 낮추어 일부만 반영하면 가계의 이자 부담 증가를 완화시킬 수 있다.
빚 권하는 사회를 방치하면 미국 금융위기와 같은 사태를 몰고 올 수 있다. 가계부채 문제 이대로 두었다가는 시한폭탄이 돼 언제 터질지 모른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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