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올라갈수록 시원한 곳에서 술과 곁들여 생선회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 때 조심해야 하는 것이 식중독과 비브리오 패혈증이다. 익혀 먹으면 문제될 것이 없지만 날로 먹을 경우 자칫 감염될 위험성이 높아 평소 생선회를 자주 즐기는 사람들 조차 께름칙한 마음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식중독이 발생하기 쉬운 요즘, 어떻게 하면 안전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지 그 비법을 알아보자.

어패류를 다루는 곳에서는 소독 철저히 해야
사계절 다 마찬가지지만 여름, 특히 어패류를 다루는 곳에서는 도마, 칼, 행주 등 주방기구를 뜨거운 물에 삶거나 소독액으로 철저히 소독해야 한다. 특히 간질환,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는 어패류의 생식을 삼가고 반드시 가열 조리해서 섭취해야 한다. 또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은 횟집에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기는 현상을 볼 수 있는데 이런 날에 생선회를 먹으면 좋지 않다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다.

비 오는 날은 습도가 높기 때문에 맑은 날보다 식중독균의 증식이 빠를 뿐 맛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런 날에는 손님이 적으므로 더 대접을 잘 받으며 느긋하게 회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을 노리자.

비브리오 패혈증은 누구에게나 발병할까?
비브리오 패혈증은 간질환자, 당뇨병 환자, 알코올 중독 등 면역기능이 약한 사람에게 주로 발병한다. 따라서 건강한 일반인의 경우, 생선회 등 수산물을 위생적으로 처리하면 비브리오 패혈증에 걸릴 위험은 거의 없다. 그러나 몸에 상처가 있는 상태에서는 주의해야 한다. 상처를 통해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오염된 바닷물에 접촉하거나 게, 새우 등 껍질이 단단한 갑각류를 맨손으로 처리하면서 손에 상처가 생길 경우 상처를 통해 균이 감염될 수 있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건강한 생선의 근육에는 없으므로 생선을 위생적으로 처리하고 저온(5℃이하)에서 저장하면 안전하다. 비브리오 패혈증을 예방할 수 있는 조리법은 활어 상태에 있는 생선의 내장을 제거하고 흐르는 수돗물에 30초 정도 씻은 후 회를 뜨는 것이 좋다. 특히 비브리오균은 염분이 없는 물에서는 바로 죽어버리므로 수돗물에 씻으면 안전하다.

붉은 살 생선과 흰 살 생선의 차이점
물고기는 근육의 색에 따라 붉은 살 생선과 흰 살 생선으로 나누어진다. 일반적으로 흰 살 생선이 붉은 살 생선보다 육질이 단단하고 씹히는 맛이 좋아 선호하고 있으나 유효성분과 맛을 내는 성분은 오히려 붉은 살 생선에 더 많다. 흰 살 생선은 넙치, 돔, 우럭, 농어 등이며 흰 살 생선에는 콜라겐 함량이 많아서 육질이 단단하고 맛이 담백하다.

붉은 살 생선은 방어, 참치, 전어 등으로 흰 살 생선에 비해 지방질이 많아서 EPA 및 DHA 함량이 많다. DHA는 고도불포화지방산의 하나로 뇌의 구성 물질이면서 치매예방효과, 암 발생 억제효과, 성인병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붉은 살 생선에 지방이 많이 들어있다고 하면 대부분 걱정이 앞서는데 걱정할 필요는 없다. 혈관 건강에 유익한 오메가-3 지방(불포화 지방의 일종)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활어보다 선어가 맛있는 이유
생선회는 살아있는 물고기(활어)를 조리해서 바로 먹는 것보다는 즉사시킨 후에 저온에서 일정시간 저장(10~24시간)한 선어 상태가 훨씬 맛이 좋다. 그것은 저온 저장기간 동안 근육의 수축으로 육질이 더 단단해져 쫄깃쫄깃하게 되고 생선육의 화학성분의 변화로 여러 가지 맛 성분이 생성되어 감칠맛이 나기 때문이다.

초고추장과 같이 먹으면 세균 죽이는 효과 있어
사람들은 상추나 깻잎 등의 야채에 생선회를 올린 후 양념된장과 마늘, 고추를 넣고 싼 뒤 한 입에 먹는 경우가 많다. 이는 우리의 음식문화 중 하나인 `쌈 문화'의 영향 때문이다. 물론 생선은 육류와 마찬가지로 산성식품이므로 알칼리성인 야채와 같이 먹는 것은 좋지만 자극성이 강한 마늘, 된장과 같이 먹으면 혀의 미각을 둔감하게 만들어 회의 참 맛을 느끼지 못한다.

따라서 생선회 따로, 야채 따로 먹는 방법이 가장 좋다. 한편 회를 먹을 때는 꼭 초고추장과 마늘 등을 먹어주는 것이 좋다. 초고추장에 비브리오균에 오염된 생선회를 담아 두면 15분 만에 균의 87%가 사멸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 마늘에는 세균을 죽이는 여러 가지 항균성 물질이 들어있다. 따라서 초고추장에 마늘을 첨가하면 세균을 죽이는 효과는 훨씬 더 강해진다.

생선회에도 먹는 순서가 있다
미식가들이 생선회를 먹는 모습을 보면 한 쟁반에 담긴 여러 종류의 생선회를 일정한 순서로 먹는 것을 볼 수 있다. 생선회를 맛있게 먹는 순서는 당연히 맛이 담백한 흰 살 생선을 먼저 먹고, 다음에 맛이 진한 붉은 살 생선회를 먹는 것이 각각의 생선회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시식방법이다.
또 다른 생선회를 먹기 전에 생강을 씹어서 그 맛을 깨끗이 씻어 낸 후에 다음 생선회를 먹는다. 이는 생선회의 종류에 따른 고유의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는 방법이다.

생선회 종류별로 맞는 양념장
생선회를 먹는 양념장에는 고추냉이(와사비)를 간장에 푼 것과 초장, 된장 등이 일반적이며 기호에 따라서 선택하도록 모두 내놓는다. 생선회는 종류에 따라서 고유의 향기와 맛이 있는데 고추냉이 소스에 찍어서 먹는 것은 어느 회나 두루 맛이 어울린다. 그러나 굴과 우렁쉥이, 오징어 등과 같은 패류 및 연체류는 초장에, 지방질 함량이 많은 전어 등은 된장에 찍어 먹으면 더 감칠맛이 난다.

생선회에 레몬즙을 뿌리지 말자
횟집에서 생선회를 담은 쟁반에 레몬 조각을 얹어 내놓은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의 사람이 비린내를 없앤다는 생각에 즙을 짜서 회에다 뿌린다. 그러나 생선회는 살아있는 활어를 바로 조리하므로 비린내가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생선회의 독특한 맛을 레몬즙이 막아 버리므로 제 맛을 느낄 수 없다. 생선요리에 레몬즙을 뿌리는 것은 생선의 선도가 떨어지면 알칼리성인 암모니아 등 좋지 못한 냄새 성분이 나오므로 산성인 레몬즙으로 이를 중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선도가 떨어진 생선으로 만드는 요리에는 레몬즙을 뿌릴 필요가 있지만 선도가 최상인 생선회에는 뿌릴 필요가 없다.

자연산과 양식산, 10명 중 한 두 명 구별 해
자연산과 양식 생선의 회 맛을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은 10명 중 한 두 명에 불과하다. 운동량이 적은 흰 살의 고급 생선횟감인 넙치(광어)와 우럭, 돔 등은 자연산과 양식의 구별이 더 어렵다. 자연산은 활동범위가 넓고 운동량이 많기 때문에 양식보다 육질의 단단함이 약 10% 정도 높지만 그 차이를 알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횟집에서 자연산의 값은 양식 생선의 3-4배에 이르며 일부 어종은 부르는 게 값이다. 그렇다면 꼭 자연산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양식 생선회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활어에 투여된 항생제의 잔류문제에 대한 걱정인데 양식장에서 출하하기 15-20일 전에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으면 안전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생선회는 왜 무채 위에 놓여 있을까?
횟집에서 생선회를 주문하면 접시에 반드시 깔려 나오는 것이 하얀 무채이다. 무채는 왜 깔아놓을까! 회가 비싸기 때문에 양을 부풀리기 위해 접시 바닥에 두텁게 펼쳐둔다거나 선도가 높은 것처럼 보이기 위해 하얀 무채를 까는 것으로 아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장식용이나 눈속임이 결코 아니며 다른 채소로 바꿔서도 안 된다. 생선지방은 성인병을 예방하는 EPA와 뇌세포를 활성화시키는 DHA 등이 함유돼 있어 어느 식품보다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다.

고도불포화 지방산인 EPA와 DHA는 우리 몸에 매우 좋은 영양소이다. 그러나 좋은 식품에도 역기능이 있기 마련. 생선지방은 산소와 궁합이 잘 맞아 육류지방에 비해 산화가 빠르고 일단 산화하면 EPA와 DHA의 기능이 상실될 뿐만 아니라 도리어 몸에 해로울 수 있다. 따라서 무채는 바로 이 산화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무채에 듬뿍 함유된 비타민 C는 이들 영양소의 산화를 막는 항산화제인 셈이다. 무에는 또 생선을 구울 때 검게 탄 부분에 들어있는 발암성 물질을 분해하는 오키시타제도 들어있다. 다시 말해 생선회의 무채는 산화를 예방하고 염분을 흡수하며 항암 역할을 한다. 또 생선회 접시에는 생강도 놓여 있는데 비타민 E가 많은 생강 역시 항산화제 구실을 한다.

한약과 무는 상극일까?
무 얘기가 나왔으니 한가지 더 알고 가자. 한약을 먹을 때 제일 많이 들어본 말이 무로 만든 깍두기나 생채 등을 같이 먹지 말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한약과 무는 상극일까? 흔히 쓰는 한약재 중에 숙지황이라는 약재가 있는데 이 약재는 치료약, 보약을 막론하고 감초만큼이나 많이 쓰이는 약재이다. 그런데 이 약재가 바로 무와 서로 상극관계에 있는 것이다.

즉 무를 먹으면 약효가 줄어들게 되는 셈이므로 같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그래서 한약을 먹을 때 무를 먹으면 안 되는 것이다. 정확히 말해 한약을 먹을 때 무를 먹으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숙지황이 들어간 약을 먹을 때 생 무를 먹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먹는다고 해서 부작용이 생기는 것은 아니고 다만 약효가 떨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조경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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