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양식으로 열을 다스리는 것 밖에 방법이 없을 듯

#장마가 시작 되는가 싶더니, 벌써 폭염(暴炎)이 쏟아지고 있다. 폭염이라는 글자만 봐도 더위를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폭(暴)은 햇빛이 사납게 내려쬔다는 뜻이며, 불꽃 염(炎)자는 그야말로 활활 타는 불길을 나타내고 있는 글자다. 그래서 해 日자와 불 火자를 빌려 쓰게 된 것이다. 물론, 폭염과 비슷한 뜻으로는 혹염(酷炎)도 있다. 뜻 그대로 혹독할 정도로 덥다는 의미를 강조하는 말이다. 어디 이런 물리적인 더위만 더위겠는가. 현재 나라 돌아가는 꼴을 보자면 또 열 받지 않을 수가 없다. 국민들이 그렇게 반대했던 4대강 사업의 삽질은 이미 시작되었고, 각종 언론탄압과 비정규직에 대한 대우는 머리를 더 뜨겁게 만들고 있다.

#독일 같은 선진국에서도 이미 실패한 운하사업을 이처럼 보무도 당당하게 시작 하고 있으니 얼마나 어리석고 우스운 짓인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으리라. 조만간에 4대강은 死대강으로 전락을 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도대체 그처럼 반대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밀어붙이는 저의가 무엇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마 국민들이 모르고 있는 불순한 의도가 개입돼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다.

더 아이러니 한 것은, 이렇게 대운하 공사를 시작하면 일자리가 늘어날 줄 알았는데 무진장 일자리가 줄어들게 된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이 해야 하는 일을 기계장비들이 대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번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일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법이다.

#어쩌면 청계천 성공을 4대강 성공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손을 대고 있는 4대강은 결코 청계천 같은 조그마한 샛강이 아니다. 자칫하면 국토의 근간을 뒤바꿀 수도 있는 어마어마한 일이다. 굳이 비유를 들자면 청계천이 약간 찢어진 새끼손가락을 꿰매는 수준이라면 4대강 사업은 척추 전체를 건드리는 것과 같다. 더 황당한 것은 수술 경험이 전혀 없는 인턴사원이 척추수술을 하겠다고 덤벼드는 꼴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는 점이다. 그러니 누군들 반대를 하지 않겠는가. 때로는 무식이 용감할 때도 있지만 그것은 지극히 특정한 일부분의 현상일 뿐, 대부분은 무식이 모든 일을 망치고 마는 주범이다.

#지금 이명박 정부 하는 일이 그렇다. 임기 초부터 상황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좋을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하긴 그 정도를 알고 있다면 국민들의 소리를 귓등으로 흘러 듣지는 않았을 것이다. 제발 누군가 나서서 저 선무당들이 나라 망치는 꼴을 말려야 하는데 녹을 먹고 사는 사람들은 한 술 더 뜨고 있으니 사람 환장하고 펄쩍 뛸 노릇이다. 이래저래 열만 받는 국민들이 그저 불쌍할 뿐이다.

그러게 ‘좀 잘 찍지’ 하는 후회감이 자꾸만 가슴을 밀치고 나오지만 임기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것밖에 뾰족한 수가 없는 것 같아 더 답답하다. 아무래도 올 여름은 보양식으로 열을 다스리는 것밖에 달리 방법이 없을 듯싶다. 물론, 자기 임기내에는 대운하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는데, 더 두고 볼 일이다.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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