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짧으면 고생길이 멀다
#자연을 보면 누가 봐도 싱그러운 5월이지만,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면 징그러운 5월이다. 사람 사는 세상이 늘 그러하겠지만 요즘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일들을 생각해 보면 해도해도 너무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정부는 아예 집회자체를 원천봉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요즘 같은 세상에 강경진압이라니, 말이나 될 법한 소린가. 달력상으로 보면 분명히 가정의 달 5월이지만 현실은 무색할 만큼 딴 판이라 자괴감마저 들게 만들고 있다. 얼마 전에는 1억2000만원이라는 돈을 한 푼도 만져보지 못하고 숨진 노숙자가 사람들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다. 일생동안 폐지로 모은 돈을 고스란히 둔 채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생각하면 참 기가 막히지만 이게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다. 아니 돌아보면 곳곳이 너무나 허술하다. 어디에도 안전지대가 없다.
#용산참사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채 우리들 기억 속에서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도대체 약자들이 발붙일 곳이 없다. 그렇다고 어디에다 하소연 할 수도 없는 처지가 됐다. 어디 그 뿐인가, 대한통운과 계약을 맺었던 박종태씨는 이 푸른 오월에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택배기사에게 지불되는 배달료를 건당 920원에서 950원으로 인상해 달라고 투쟁을 하던 중이었다. 세상에, 단돈 30원에 목숨을 버린 것이다. 생각하면 어이가 없지만 그들에게는 목숨처럼 절박한 문제였던 것이다. 그는 죽음이 아니면 도저히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물론, 이들의 뉴스는 아예 보도되지 않거나 아니면 간단한 몇 줄의 글로 처리되고 만다. 그러니 누군들 알 턱이 있겠는가.
#이제 노숙자(路宿者)들은 아예 인권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생각하면 우리 모두는 노숙자에 다름이 아니다. 좀 기분 나쁘게 생각할 사람도 있겠지만, 인간은 다 도상(途上) 즉, ‘길 위’를 걸어가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길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길 로(路), 길 도(道), 길 가(街), 길 도(途)가 그렇다. 길 로(路)는 우마차(牛馬車)가 다니는 길을, 길 도(道)는 사람이 마땅히 가야할 길을 뜻한다. 그래서 머리 수(首)자와 결합한 것이다. 그리고 도(途)는 생의 의미를 찾아 본인 스스로 나선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나 여(余)자가 쓰인 것이다. 요즘은 주로 도중하차(途中下車)나 별도(別途)라는 낱말과 결합해 즐겨 쓰인다. 마지막으로 길 가(街)는 보기 좋게 도시 구획이 반듯하게 잘 된 길을 말한다.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자기 길을 걸어야 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무척 버거운 길이 되겠지만 그래도 가야하는 것이다. 북극 탐험에 네 번이나 실패하고 동상으로 인해 손가락을 열 개나 잘라낸 피어리 대령은 병실 침대 벽에 이런 글을 썼다고 한다. “나는 길을 찾을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길을 만들 것이다”라고. 그에 비해 날마다 길을 잃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정부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눈앞이 캄캄해진다. 자고로 노요지마력(路遙知馬力)이요, 일구견인지심(日久見人知心)이라고 했다. 말의 힘은 먼 길을 가봐야 알 수 있고, 사람도 오래 사겨봐야 그 본심을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 우리는 너무 성급하게 판단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하여튼 생각이 짧으면 고생길이 멀게 마련이다.
홍봉기 기자 -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