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만산홍화”, 천상의 화원이라 해도 손색없는 철쭉의 계절, 봄의 전령사 매화, 진달래, 개나리, 벚꽃이 지고 철쭉꽃이 요염한 자태를 뽐낸다. 작년까지만 해도 계절의 여왕 5월이 되어야만 활짝 핀 철쭉을 만날 수 있었지만 꽃이 일찍 피는 올 해는 앞당겨 철쭉제가 여기저기서 펼쳐진다. 5월도 시작되지 않았는데 남녘을 시작으로 능선을 타고 철쭉꽃 소식이 북상하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계절, 연분홍 철쭉을 감상하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철쭉축제 산행을 계획하는 것은 어떨까!

광양의 자랑인 백운산 국사봉 철쭉
제5회 국사봉 철쭉축제가 4월 25일부터 26일까지 옥곡면민광장과 국사봉 일원에서 열린다. ‘효와 철쭉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축제는 관광객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꾸며진다.
축제 첫날인 25일은 해학적인 모습으로 누구에게나 즐거움을 주고 있는 광양버꾸놀이를 비롯해 제철남초등학교 국악관현악단의 합주, 무형문화재 전수자들이 펼치는 맛!멋!흥! 명인명무전이 흥겨운 잔치마당으로 펼쳐진다. 또 시민과 관광객이 참여하는 철쭉노래자랑, 철쭉 축하 쇼와 불꽃놀이가 화려하게 펼쳐진다.

둘째 날인 26일은 국사봉 철쭉로 등반대회, 산나물 캐기 체험행사, 지역알기 ○×게임, 잉카음악과 가곡, 통기타의 선율이 수 놓을 산상음악회 등이 국사봉 정상에서 열린다. 또한 사진으로 보는 옥곡의 역사, 철쭉분재 전시, 광양특산물 판매장이 마련되고 흘러간 삶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김발치기와 새끼꼬기 등 다채로운 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해발 532m의 국사봉은 정상까지 오르는데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며 국사봉 능선을 따라 피어있는 아름다운 철쭉의 향연과 함께 도선국사의 천년의 얼을 느낄 수 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황매산 철쭉
전국 최대의 철쭉군락지와 전국 제일의 등산코스로 알려진 모산재가 자리하고 있는 황매산 군립공원에서는 철쭉 만개기간에 맞춰 오는 5월2일~5월 17일까지 2주간 철쭉제가 열린다. 소백산맥에 속하는 황매산은 높이 1108m이며 합천군이 지정한 군립공원이다. 경남 합천군 대병면, 가회면과 산청군 차황면의 경계에 있는 산. 산자락의 모습이 마치 호수에 떠 있는 매화 같다고 하여 수중매(水中梅)라고도 불리고 영남의 소금강으로 불리기도 한다. 황매산은 가야산과 더불어 합천군의 2대 명산이며 합천호가 옆에 있어서 조망이 더욱 시원하다.

황매산은 700∼900m 고지는 평탄해서 마치 평야를 연상케 하는데 봄에는 북쪽 능선을 타고 펼쳐지는 평전의 철쭉 군락이 장관이며 여름에는 시원한 계곡과 맑은 물, 가을에는 온 산을 감싸는 참 억새, 겨울에는 새하얀 눈이 평지에 쌓이면 환상 그 자체라 하여 산악인들로부터 사계절 내내 사랑받는 산이기도 하다. 영화 ‘단적비연수’를 촬영할 때 사용했던 억새집과 통나무집 32채를 그대로 복원해 황매산 자락에 공원으로 조성해 영화마을로 개장했다. 영화마을은 영화사로부터 기증받은 소품 1000여 점과 영화 장면들이 담긴 사진 1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황매산은 누구나 오를 수 있어 좋다
황매산 가는 길은 파란 보리밭이 끝없이 이어지고 논들이 찰랑찰랑하게 물을 이고 있다. 가는 길이 어찌나 서정적인지 가도가도 고갯길에 다랭이 논이 줄줄이 이어진다. 고갯길을 돌 때마다 살짝살짝 다가와 주는 시골풍경은 그야말로 천국 가는 길처럼 아름답다. 또 황매산은 입장료, 주차비도 받지 않으면서 정상 가까이에 주차장이 있다는 것도 흥미 있는 산이다. 산을 찾은 사람들에게도 꽃물이 들어버릴 정도로 철쭉 색갈이 화사하고 고와서 ‘오메! 오메! 이럴 수가!’ 하고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다.

목장이었다는 평지는 파란 융단을 깔아 놓은 듯하며 평지가 많아 편안한 휴식처 같은 산이다. 또 한껏 멋을 부리고도 흐드러진 철쭉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차로가 정상까지 나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들 소풍장소, 어르신들 효도관광으로 딱이다. 그러나 대형버스는 이곳까지 오를 수 없게 통제를 한다는 것도 알아두자.

초록의 향연에서 펼쳐지는 보성 다향제
봄의 여운과 흥취를 만끽하기 위해 국내 차밭 여행의 1번지 보성에 가보는 것도 좋겠다. 끝없이 펼쳐지는 넓은 녹차밭은 푸른 물결로 상춘객들을 유혹한다. 새 봄을 맞은 보성 차밭은 겨우내 입었던 두껍고 짙푸른 융단을 벗어 던지고 참새 혀 같은 여린 연둣빛 새싹을 틔우며 초록의 향연을 준비하고 있다. 구비구비 펼쳐지는 차 밭만 만나고 와도 봄을 다 안은 듯 한데 득량만의 싱그러운 바다를 아우르며 온 산을 뒤덮고 있는 녹차밭을 돌다 보면 마치 온 산에 깔아놓은 녹색 융단을 밟은 듯 상큼함을 느낀다.

녹차와 서편제의 고장인 보성에선 곡우에 나온 새 찻잎을 딸 시기인 오는 5월8일부터 11일까지 한국차소리문화공원에서 '제35회 보성다향제'가 열린다. 올해 다향제는 예절과 전통문화의 재발견, 자연과 건강이 함께하는 체험축제라는 주제로 열린다. 시청각 프로그램인 소리에서는 거리 퍼레이드와 차밭 푸른 음악회 등이 선보이며 촉각 프로그램인 감촉은 녹차 김치 만들기, 차 잎 따기와 차 만들기, 녹차 비누 만들기, 녹차 떡 만들기 등으로 구성됐다. 미각 프로그램인 ‘풍미, 향기’는 녹차무료시음과 발효차 전시, 한국명차선정대회 등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행사기간 중 녹차밭 캠프촌에선 8일부터 10일까지 캠프파이어와 캠프음악회 등이 이어진다.

일림산 철쭉까지 일석이조 즐기기
철쭉이 100여만 평이나 되는 일림산에서 열리는 철쭉제는 다양한 이벤트 행사까지 마련돼 있는데 산사랑 리본 달기, 임업장비 전시, 자연사랑 전시, 야생화 전시 등이 예정돼 있다. 해발 664m 높이의 야트막한 산이지만 호남 정맥의 기운을 일으킬 만큼 힘찬 산세로 이루어져 있고, 특히 8부 능선에 형성된 무릎 높이 크기의 산죽밭이 일품인 일림산 정상에 서면 북쪽으로는 사자산과 제암산이 보이는데 등산객들이 즐기는 7시간 남짓 걸리는 종주코스이기도 하다. 보성다향제는 철쭉이 피는 시기와 맞물려 열리기 때문에 초록융단을 깔아놓은 듯 부드럽게 보이는 차밭과 연분홍 꽃밭을 함께 즐길 수 있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지리산 바래봉은 25일부터 철쭉제
전북 남원시 운봉읍 지리산 바래봉의 철쭉도 다음 주부터 꽃망울을 터뜨린다. 해발 1165m 바래봉 일대 100ha를 붉게 물들이는 철쭉 군락지는 선홍색 꽃과 푸른 초원, 부드러운 능선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바래봉 철쭉제’는 철쭉꽃이 본격적으로 피기 시작하는 4월25일 막을 올려 5월 24일까지 이어진다. 철쭉제가 긴 이유는 기온 차가 심해 산 아래 운봉읍 축산기술연구소 주변에는 25일부터 꽃이 피고 점차 산을 타고 올라가 정상은 5월 중순에 만발하기 때문이다. 바래봉 철쭉은 밑에서부터 정상까지 한달간 피어 올라가기 때문에 한번에 전체의 철쭉을 볼 수는 없다.

바래봉이란 이름은 스님들의 밥그릇인 바리때를 엎어놓은 모습과 닮아 그렇게 붙여졌다. 또 바래봉 일대가 초지로 형성된 것은 1970년대. 스위스 같은 목초지를 만들기 위해 축산기술연구소가 초원을 조성했는데 양들이 나무들을 뜯어 먹다보니 자연스럽게 철쭉만 남게 되었다고 한다.
한편 철쭉은 1100m 지점의 바래봉 정상 8부 능선에서부터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가장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곳은 정상에서 남서쪽으로 뻗어 있는 능선길인 팔랑치, 세걸산 정령치에 이르는 약 1.5km 구간. 이곳 철쭉은 아름다운 동화나라를 연상케 하며 꽃잎이 비교적 크고 연분홍 또는 핑크 빛으로 마치 새색시 같은 웃음을 웃고 있다.

매년 50만 명이 넘는 상춘객이 전국에서 몰리는 지리산 바래봉은 가파르지 않고 평평한 구릉마다 철쭉군락을 이루고 있어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곳이다. 축제기간 동안 바래봉 아래 장터에서는 운봉의 특산품인 토종 흑돼지와 막걸리 한 잔으로 목을 축일 수 있고 관광객을 위해 면양 먹이주기와 승마 체험 등도 준비하고 있다.

철쭉이 온 산뿐 아니라 내 마음까지도 다 태워 버릴 듯 벌써부터 설렌다. 봄은 어디를 가도 꽃을 만날 수 있고 산과 들이 푸르러 마음도 꽃물과 푸른 물이 든다. 고로 봄은 앉아서 사랑을 찾기보다 직접 나서면 더 큰 행복을 얻는다. 배낭 하나 달랑 메고 봄을 만나러 지금 떠나 보자!

조경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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