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경영 위해 기업의 폐쇄적 경영마인드 개선해야

천혜의 항만과 철강이 어우러진 기업의 도시 광양에는, 세계굴지의 포스코광양제철소와 여러 외주파트너사를 비롯해 최근 6개월간 2억 이상의 매출을 높이고 있는 크고 작은 220개의 업체들이 입주해 있지만 지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열린 경영을 이루는 업체는 그리 많지 않다.

일부 기업들은 여전히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의 폐쇄경영에 익숙해 있으며 지역 환원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지역환원 활동을 하려면 적지 않은 비용과 노력도 필요하므로 이윤동기로 움직이는 기업으로서는 환원활동으로 얻어지는 무형의 이익과 그에 소요되는 비용측면을 우선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기업은 지역의 고객을 통해서 이익을 얻고 그 이익으로 사회에 환원하고 환원한 이익을 고객에게 돌려줌으로써 고객은 다시 그 기업의 제품을 구입하게 되는 로테이션 구조를 볼 때 결코 손해 보는 일만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국제표준화기구(ISO)가 2008년 기업의 사회적 책임표준(ISO26000) 제정을 목표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광양 기업체들도 지속경영을 위해, 폐쇄적인 경영과 보수적인 마인드를 열린 경영과 지역밀착형 경영으로 전환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에 발표된 광양시 2007년도 법인세할 주민세 납부현황에 따르면 포스코광양제철소가 332억원으로 전체 납부액의 78%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지방세를 납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복합화력발전소인 케이파워가 11억5200만원을, 내화물전문업체인 조선내화가 3억1990만원을 납부하는 등 광양 소재 기업들이 올해 모두 418억원을 납부하며 광양시 재정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이렇듯 기업의 경제적 기여도도 중요하지만 인권과 환경, 빈부격차 해소, 지역사회 발전과 자선활동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는 윤리적 내지 자선적 책임도 특히 강조되고 있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반(反)부패와 투명경영의 차원을 넘어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활동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는 길을 스스로 찾아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만이 소비자와 주주,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아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울산지역 업체들 사회환원 줄이어

일례로 울산이 잿빛 오염도시에서 생태 자연도시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울산 지역 기업들 덕분이다.

이들 기업은 울산의 환경과 사회복지, 문화사업 등에 앞 다퉈 기업 이윤을 나눠주고 있다. 지난 10년간 울산의 대기업들이 환경 개선에 쏟아 부은 돈은 1조원을 넘는다.

SK는 해마다 100억원씩 투자해 지난해 4월 도심 공원이 없는 울산에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생태 자연공원을 조성해 울산 시민들에게 선물했다.

현대중공업은 주거 문화 체육 의료시설 등 삶의 질 전 분야에서 크게 낙후돼 있는 울산 동구 지역을 기업형 문화도시로 리모델링하는 데 기여해 왔다.

지금까지 총 1464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방어진 순환도로 등 총 6건의 도로를 개설·확장한 것을 비롯해 방어진체육공원 예술공원 서부축구장 현대예술관 동부도서관 대왕암 연결교량 등을 설치해 동구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또한 기업들의 재투자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울산시처럼 많은 대기업들이 입지해 있지는 않지만 광양시에도, 세계굴지의 포스코가 들어서 있어 지역 환원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포스코는 철강산업을 통해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는 기업 본연의 활동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기업이 속해있는 지역에 확실하게 뿌리내리고, 더불어 성장하고 발전해 가기 위한 사회공헌활동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지역주민의 화합과 문화욕구 충족을 위해 광양지역에 백운 아트홀을 건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전남드래곤즈 축구단 창단, 축구 전용구장 건설을 비롯해 초등학교 축구대회 개최, 체육 육성금 지원 등 건전한 스포츠 문화 확립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지역 인재 육성과 교육발전을 위해 포스코장학회를 통한 장학사업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포스코 각 부서는 광양지역 마을 및 단체와 자매결연을 맺고 소년소녀 가장 돕기, 농번기 일손 돕기 등의 다양한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역 현안에 기업이 적극 나서야

이 밖에도 크고 작은 기업들이 지역과 상생하는 방안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기업들은 폐쇄적인 경영 방식과 일률적인 지역 환원에 그치는 등 지역과의 밀착감 형성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광양시 최대의 현안인 인구 15만 달성을 위해 지역의 민간단체가 중심이 되어 광양시 주소갖기 캠페인, 타도시 출퇴근 저지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이러한 활동에는 무엇보다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부족한 점이 많다.

광양시주소갖기운동본부에 따르면 광양지역 업체들이 운행하는 버스는 모두 170여대로 3교대 버스 운행과 자가용 출퇴근 차량까지 합하면 모두 5만여명이 훨씬 넘는 인구가 광양시에 직장을 두고 주소와 주거공간은 인근 도시에서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관외 출ㆍ퇴근 차량 운행이 광양시 인구 감소의 주된 요인임을 밝혔다.

이에 광양시 경제주권, 경제자치를 통한 기업의 동반 성장을 위해, 광양시 주소 갖기의 기업내 홍보를 통한 근로자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 줄 것을 당부했으나 기업들의 참여는 저조한 편이다.

포항시가 현재 광양시와 같은 14만 인구수에서 50만의 수로 발돋움 할 수 있었던 것은 포항시와 포스코 및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힘을 합해 지역의 현안 문제에 적극 대처했던 점이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광양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업의 역할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열린 경영과 지역과의 상생방안 마련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지역이 살아야 기업도 산다는 신념으로 지역 사회에 관심을 갖고 적극 대응할 때, 지역 발전이 이뤄지고 더불어 기업의 발전과 사회전체의 발전에 기여하는 한 틀이 되는 것이다.

기업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지역환원 활동의 유형을 소개하고 유형별로 평가하여 포인트를 부여한 후, 습득한 포인트실적에 따라 가벼운 선물을 준다든지, 부점 평가에 활동 실적을 반영하는 등의 방안도 직원들의 자선활동 동기 부여와 직장생활에 활력을 주는데,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기업 환원 이끌어 낼 수 있는 제도 뒷받침 돼야

기업의 지역 환원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 기업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지역의 제도적인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광양시는 현재 지역과 기업이 상생 발전하는 ‘기업하기 좋은 도시 건설’을 위해 민간단체와 광양시가 모두 나서는 기업사랑 범시민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역과 기업 상생문화 정립을 바탕으로 한 동반발전을 목표로 민간사회단체 동참을 주선하고 기업사랑과 기업활동촉진조례를 제정했으며, 국내ㆍ외 기업 투자유치 인센티브 확대지원과 프로젝트별 전담자 지정 및 원스텝 서비스 제공과 더불어, 최초 접촉에서 공장가동까지 전담 지원체제를 구축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또한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중소기업육성 융자금 160억원 지원과 이자 보전금 5억원 지원을 실시중이며 수출중소기업을 집중육성하고 상하반기로 나눠 중소기업 경영 상담회를 개최, 중소기업 경영의 애로사항에도 귀 기울이는 등 기업과 지역의 상생문화 정착을 적극 추진중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시책들이 다양하게 추진돼 기업의 사회환원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하고 지역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지역민의 의식전환 개선이 먼저

무엇보다 기업에 대한 지역민의 의식전환 개선이 우선적으로 행해져야 한다.

울산에 위치한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 촉진에는 울산 시민들의 친기업 정서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SK가 2003년 소버린 등 외국계 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되자 시민들은 너도 나도 앞장 서 주식 사주기 운동에 적극 동참하는 등 SK 사랑운동을 펼쳤다.

지난해에는 정몽구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이 구속되자 울산 지역 25개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현대차 살리기 범시민 운동'을 전개하는 등 울산 기업에 대한 시민들의 사랑은 뜨겁다. 시민들의 이러한 기업사랑 의식이 울산 지역 기업들의 자발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이끌어내고 있는 셈이다.

반면 광양읍에 위치한 한 중소기업은 지역의 복지사회 실현을 위해 장애인단기보호시설을 건립하고자 전문 복지사를 채용한 후, 얼마 전 부지마련을 위해 광양소재 폐교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폐교 매각을 위해 교육청과 광양시의 도움을 요청하고 지역 주민을 찾아가 수차례 사업설명회를 벌였지만 마을에 복지시설이 들어서는 것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와 민원에 따른 문제점을 제기하는 교육청과 시의 난처한 입장 표명에 결국 광양 건립을 포기하고 순천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중소기업의 대표이사는 “보호시설이 건립되는 마을에 인터넷 쇼핑몰을 구축해 특산품 판매를 촉진하는 등 여러 가지 상생방안들을 마련해놨으나 주민들의 반응은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시설 유치에 적극적인 순천으로 건립을 결정했으나 광양에서 생산활동을 하는 기업으로써 안타까운 점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순천의료원 또한 당초 광양읍에 건립예정이었으나 지역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순천에 건립됐는데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지역이기주의로, 최근 종합병원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는 광양시의 모습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고 지적했다.

기업을 통해 지역의 이익을 이끌어내기만을 원할 것이 아니라 기업이 환원할 수 있는 적극적인 분위기를 형성해 주고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 주는 시민들의 우호적인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지역과 시민의 노력을 바탕으로 기업이 이익을 많이 내고 성장하면 시민들은 일자리가 많아지고 기업은 그 이익을 지역에 환원해 지역 경제를 돕는 ‘살기 좋은 기업도시 광양’으로 거듭날 것이다.

주현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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