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월드컵 축구를 보는 사람들 입에서 부쩍 늘어난 소리가 등신(等神)이라는 말이다. 어떤 선수가 열심히 드리볼을 해 가다가 어이없게 빼앗길 때는 “저런 등신....”하면서 핀잔을 주기 일쑤다. 이 말이 언제부터 왜 남을 비하하거나 욕할 때 썼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 말을 듣고 좋아할 사람은 없지 싶다. 그러나 등신(等神)이 나타내는 원래 뜻 자체는 결코 나쁜 의미가 아니다. 왜냐하면 신(神)과 같다(等)는　뜻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남을 얕잡아 부르는 말로 쓰이게 된 것은, 신의 모습을 풀이나 나무 또는 쇠로 사람과 같게 만들어 섬겨 온 데서 시작하고 있다. 사람이 그렇게 만들어 섬기는 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용지물에 불과할 뿐이다. 사람이 만든 신이 무슨 힘을 쓰겠는가. 아니, 그런 행위는 오히려 어리석은 짓에 다름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욕에 빗대어 사용하게 된 것이다. 유명한 소설가였던 김동리는 등신불(等身佛)을 썼는데, 등신불이란 사람의 크기와 같게 만든 불상을 가리킨다. 한자의 쓰임은 비록 다르지만 그 내용은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가슴 속에는 저마다 자기를 지켜주는 고유한 신이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특정 종교를 가진 사람은 말할 것도 없지만, 무신론자라고 자청하는 사람도 무신론을 주장하는 이상은 그자체가 바로 종교적인 행위로 볼 수 있겠지 싶다. 이렇게 놓고 보면 우리는 예외 없이 종교적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나약한 사람이나 신을 섬긴다고 폄하를 하지만 이 세상에 나약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다는 한계와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사실은 더욱더 사람들로 하여금 종교적이게 만들었을 것이다.

솔직히 내 자신도 내가 얼마나 약한 존재인지 하루에도 수십 번 인정하며 살아간다. 간혹 큰 소리를 뻥뻥 칠 때도 있지만, 그것은 마치 개가 두려워 짖는 것에 다름이 아니다. 하긴, 사람이 살다보면 그렇게 큰소리를 치고 싶을 때도 있는 법이다. 어쩌면 아르헨티나의 감독 마라도나가 그렇게 독설을 퍼부으며 큰소리를 치는 것도 불안 심리를 감추고자 하는 고도의 심리술인지 모른다.

그렇게라도 해서 자신의 불안을 감추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등신이라는 말이 썩 좋은 말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쓰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어디 그게 말처럼 쉽겠는가. 어디선가 또 ‘등신 같은 놈’이라는 핀잔이 들려오는 듯하다. 하지만 당신은 결코 등신이 아니다. 자기가 등신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사람만이 남을 등신이라고 부르는 법이다. 그래서 말이란 그 사람이 품고 있는 내면적인 생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이라고 했는지 모른다.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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