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때일수록, 그리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순간에 “기본으로 돌아가라(‘Back to Basic’)”는 말을 자주 한다. 또, 우리 경제의 성장을 이야기할 때면 어김없이 ‘펀더멘털’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공사 현상에서는 ‘주춧돌’을 잘 깔아야 하고, 스포츠 영역에서는 ‘기초 체력’이 튼튼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우리 대한민국의 기본이자, 펀더멘털, 주춧돌, 기초체력은 무엇인가? 바로 ‘헌법(憲法)’이라 할 수 있다. ‘헌법’은 사전적 의미로 “국가통치체제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의 기초에 관한 근본법규”로 정의되고 있다. 즉, 헌법은 대한민국이 조직되고 운영되는 근본 원리이자, 우리 국민의 일상을 보살피는 으뜸 규범인 것이다. 국가와 국민생활의 근본바탕으로서의 헌법, 이것이 선진국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지금, 우리 사회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 헌법을 다시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 국민 세 명 중 두 명은 “정치가 선진국 진입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KDI 조사 결과에 따르더라도, 국회와 정당에 대한 신뢰도는 최하위를 달리고 있다. 난생 처음 보는 사람에 대한 신뢰도보다도 낮은 실정이다. 국가 발전의 디딤돌이 되고 사회 갈등을 해결하는 통로가 되어야 할 정치권의 현 상황은 이렇다.
 

한국 정치는 경제학 용어를 빌어 설명하면 ‘유동성 함정(Iiquidity trap)’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정치인이 무슨 말을 해도 국민들이 믿어주지 않고 외면하는 불행한 상황에 빠져 있는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왜 정치는 늘 싸우고 대립하는 것일까? 위대한 지도자 한 사람만 잘 뽑으면 정치가 잘 되는 것일까? 그 동안 많은 경험을 가진 정치인과 학자들과의 토론, 그리고 각국의 입법례들을 통해 내린 결론은, 한국 정치는 87년 체제 이후 사람의 문제보다는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된 소위 ‘제왕적 권력구조’로 인한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는 대통령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올 오어 나씽(All or nothing)’의 권력싸움을 벌이게 되고, 선거철이 다가오면 대권고지를 향한 베이스캠프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또 평상시에도 여당은 정권의 대변인 역할을 주저하지 않고, 야당은 여당에 맞서 생존투쟁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헌법상 ‘제왕적 대통령’ 통치구조를 바꾸는 개헌이야 말로 진정 ‘한국 정치개혁의 알파와 오메가’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제왕적 대통령제를 장점으로 한 현 권력주조 등 정치구조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먼저 헌법을 재정립하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 여기서 개헌의 당위성이 도출된다. 즉,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와 대통령이 견제와 균형을 통해 서로 소통하고 대화할 수 있도록 헌법을 과감히 손질하거나 바꾸어야 한다. 
 

우리는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사건을 보면서 개헌의 중요성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너무나 비싼 대가를 치르기는 했지만, 그만한 가치는 충분했다고 본다. 박 정부의 실권은 바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한눈에 보여 준 필연적 사건이며 국민들과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하번 가르쳐준 뼈아픈 역사적 사건이었다. 
 

그나마 천만 다행인 것은 소통의 달인이라고 불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정권을 창출했다는 점이다.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현 정부처럼 이렇게 오랫동안 국민의 지지를 받은 정부는 없었다. 아직 시기상조이기는 하나, 임기 내내 의회와는 물론 국민들과 소통을 잘하는 정부로 두고두고 사표(師表)가 되지 않을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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