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광고마다 영양제와 정력제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이제 '아로나민 골드'는 대한민국 남성들이 얼마나 지쳐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샘플이 되고 있다. 아마 한국 중년들이 어떻게 사는가 하는 논문 표지로 딱 제격일 것이다.

마치 그 약만 복용하면 모든 피로가 풀리고 삶은 활력을 얻을 것처럼 생각 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미 그 광고는 성공한 셈이다. 하긴 광고의 목적이 사람을 설득시켜서 호주머니를 열게 만드는 것이니까, 회사 입장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나도 요즘은 정말 피곤하다. 그래서 '피로나민(?) 골드라'도 먹었으면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아직 한약은 손수 지어서 먹어 본 적은 없지만, 영양제 쪽으로 눈길이 가는 횟수가 증가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겉으로 표현을 안 해서 그렇지, 내심은 나도 한 번 먹어 볼까? 하는 마음이 자주 든다.

그렇다고 섣불리 먹을 수도 없다. 왜냐하면 내 자신이 나약해졌다는 것을 신체에게 알리고 각인시키는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한 번 그렇게 길들이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더 높은 것을 강요하는 것이 사람의 체질이라 처음부터 맛들이지 않으려고 하는 것 뿐이다.

누구말처럼 그런다고 더 오래사는 것도 아니고, 더 건강한 것도 아니라는 말에는 나 역시 동감을 표한다. 다만, 할 수 있다면 자연적인 치유와 내면의 힘을 믿고 싶은 것이다. 아니, 그런 것들이 힘을 발휘할 시간을 주고 싶은 것이다.

현대인들의 비극은 자연 치유능력보다는 물리적인 치유를 더 신뢰를 하고 민감해 한다는 것이다. 그야 본인의 자유다. 그러나 나는 고집스럽게도 자연의 힘을 믿고 싶다. 그 또한 마음과 깊은 관계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다고 내가 주술이나 미신을 믿는 것은 아니다.

내가 이렇게 주제 넘는 소리를 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온통 육신을 살찌우는 보양에만 너무 신경을 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에서다. 육신의 보양만큼 중요한 것은 정신의 수양이 아닐까 하는, 너무 케케묵은 이야기를 다시 환기 시키고 싶어서다.

사실, 오래묵은 산삼이 보약이듯이 케케묵은 진실들이 우리의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 때가 많은 법이다. 이제 정신과 육체는 동전의 양면처럼 둘을 떼어 놓고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쯤은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몸짱에만 너무 열을 올리지 말고 맘짱, 영짱에도 신경을 써서 어느정도 균형잡힌 삶을 유지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 또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말이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정신의 보약을 한 첩 권한다. 이미 맛있게 먹어 치운 분들도 있겠지만.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다. 오늘은 청명한 가을 주말이다. 홀로 책을 펼치고 독서 여행을 떠나 보자.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살찌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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