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은 일이 생기길 바랐다. 요즘엔  아무 일도 없기를 바란다<하상욱>
““요즘엔 교회에서 뭘 준다고 하면 한사코 거절을 하시는 분들이 있어서……””이번 호우로 피해를 입은 수해민을 위한 구호키트를 교회에서 준비했다. 지역 사정을 잘 아는 농촌교회 몇 개를 거점으로 정해 수해민들에게 전달해 달라고 부탁드렸더니 한 농촌교회 목사님이 하시는 말씀이다. 그냥 준다고 해도 교회에서 주는 것이라 하면 부담을 느낀다고.최근 한국교회가 어디가 바닥인지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대형교회 목회세습,물질주의, 교회내 그루밍 사실 어제 오늘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번 사랑제일교회를 중심으로 한 코로나의 전국적인 확산으로 교회는 다시 거센 비난의 화살을 받고 있다. 일부분이라고 하기에는 전광훈씨가 주도하는 극우 보수 기독교 집회를 지지하고 후원하는 교회들이 적지 않다. 직접 그 모임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그들의 주장에 동의하는 이들이 엄연히 교회 안에 있다.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한국에서 자신의 신앙과 신념을 표현하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그것이 상식적인 선에서 이루어지고 있는가, 공동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가 심각하게 살펴봐야 한다. 안타깝게도 이번 광화문 집회는 객관적으로 볼 때 그렇지 못했다. 전광훈씨를 비롯한 모임을 이끄는 지도자급 되는 사람들조차도 코로나 확진자가 되었으니 더 이상 변명의 여지가 없다. 코로나 시대에 이웃 사랑의 첫 번째는 방역에 솔선수범하는 것인데 그 상식을 외면해 버린 결과이다.

신약성경 베드로전서2장에는 ‘인간의 모든 제도를 주를 위하여 순종하고 왕과 총독에게 복종하라’고 말한다. 당시 교회는 로마 정부와 결코 좋은 관계가 아니었다. 세계교회사를 보면 로마 시대의 순교자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베드로는 로마 정부의 제도에 순종하고 황제의 권위에 원칙적으로 복종하라고 성도들에게 권면했다. 상황에 따라 적절히 타협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신앙인들도 공적인 영역에서 사회 구성원으로 맡은 책임을 다하라는 것이다.

요즘으로 말하면, 법을 지키고 세금을 내고 방역 지침을 준수하라는 말이다. 개인적으로 설교 시간에 이 부분을 강조한다. ‘사람들은 기독교인들이 교회에서 몇 번 예배를 드리고, 새벽기도를 하고, 얼마나 오래 기도를 하는지에 관심이 없습니다. 다만 직장과 사업 터에서 여러분들이 갑질을 하지 않는지,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지, 약속을 잘 지키고 정직한지, 거기에 관심이 있습니다’ 한국교회의 끝도 없는 추락의 원인은 예수 사랑과 헌신이 없어서가아니다.

신앙인들이 대단한 희생과 헌신을 하지 않아서도 아니다. 이것은 차후의 문제이다. 기본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독선적인 믿음이 공공의 감수성을 메마르게 했다. 공감 능력을 상실한 신앙의 우월감은 사람들이 슬퍼할 때 함께 울지 못했고, 기뻐할 때 함께 웃지 못했다. 모든 시민들이 코로나 극복을 위해 저마다 숨죽이며 방역에 힘쓸 때 큰 목소리 내기 위해 광화문에 모여야만 했는가? 예전엔 사람들이 교회가 더 나아지기를 바랬다.

자신들보다 더 나은 삶으로 본이 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요즘에 교회를 향해 ‘제발 가만히 있으라’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게 도와주는 것이다’고 한다. 사랑의 마음을 담아 구호키트를 전달하는데도 교회에서 준다고 하니 받는 분들의 마음이 편치 않는이 작금의 현실. 쓰리다. 아프다. 눈물이 난다.

하나님의 심판과 짝을 이루는 것은 역설적이지만 회복이다. 그렇다 해도 현재 한국교회가 어설프게 회복을 간청하는 것이 하나님의 진노를 더 높일지모르겠다. 교회를 향한 무차별적 비난이 어느 부분 억울한 측면이 있다 해도 정면으로 받아내야 할 터이다. 더 슬퍼하고 애통하고 쓰리고 고통스러워야 할 것이다. 더 낮아지고 겸손해져 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한다. 그 바닥에 한국교회회복의 씨앗이 있기 때문에.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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