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우리 인간을 이성적(理性的)인 동물이라고 부르곤 합니다. 神중심이었던 중세 시대를 무너지게 한 것도 바로 이성의 힘 때문이었으며, 근대 문명을 이룩하게 된 것도 이성의 힘이 밑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처럼 견고하게 보이던 이성 절대주의 사상도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고 난 후 무참히 무너지고 말았지요. 그처럼 신봉했던 합리적 이성은 지극히 비합리적이고 주관적이며 충동에 불과했다는 것을 경험했던 것입니다.

아니,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 하는 존재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하버마스는 이성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이성을 다루는 방식이 문제라고 주장 했지만, 작은 이익 앞에 맥없이 허물어져 내리는 자신의 모습을 볼 때면 이성의 무능함에 크게 실망을 하곤 하죠. 

지난 주 우연히 고층 아파트 건설 현장 근처에서 묵묵히 밭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을 목격했습니다. 그런데 그 모습이 건설현장과 너무나 대조적이었습니다. 마치 물질문명과 원시문명의 대결처럼 보였던 것입니다. 언제까지 개발 논리 앞에 자연을 훼손해야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개발 논리에 나 또한 은근히 편승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얼굴이 화끈거리더군요.

잘 모르기는 해도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농지도 카페가 들어서거나 이와 비슷한 건물이 들어서게 될 것입니다. 자본은 좋은 경관을 그냥 두는 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녁 마음 같아서는 그 땅을 팔지 않았으면 싶은데, 글쎄요. 돈 앞에 무너지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지요. 우리는 정말 이성적인 동물이 맞긴 맞는 걸까요?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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