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 모습

자신의 장례 준비를 자식들에게 맡기지 않고 본인이 직접 결정하는 '셀프(self) 장례'가 늘어나고 있다. 1000만~2000만원을 훌쩍 넘는 비싼 장례비용을 자식들에게 부담시키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셀프 장례의 주된 수요층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장례를 치른 63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상조업체에 장례를 맡겨 빈소를 차리고 3일장을 치르는 데 들어간 비용은 평균 138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셀프 장례비용은 이보다 훨씬 적은 70만~300만원 수준이다. 빈소를 차리지 않는 데다 장례 기간도 1~2일로 짧기 때문이다. 또 매장보다는 화장이나 산골장(散骨葬·유분을 공원이나 바다 등에 뿌리는 방법)이 많은 것도 셀프 장례의 특징이다.

중마동 호반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김모 어른신(87)도 장례식을 간소하게 하기 위해 자식들하고 의논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사실 장례비용은 허례허식에 다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자식들은 도리가 아닌 것 같다고 우기지만, 누군가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나부터 장례식을 간소하게 하고 싶다” 며 “시대가 달라지면 풍습도 당연히 달라지는 게 당연하지 않겠냐” 고 말했다. 이미 유언도 그렇게 작성을 해 놓은 상태라고 했다. 이처럼 셀프 장례가 늘고 있는 것은 고령화 시대를 맞아 고독사(孤獨死)에 대한 두려움도 원인 중의 하나로 보고 있다. 이런 추세에 맞춰 셀프 장례를 돕고 있는 노인 복지관도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광주광역시 모 노인종합복지관은 지난 2013년부터 관내 독거노인 중 희망자에게 '장수노트'를 작성하게 하고 있다. 

이 노트에 '자신이 죽으면 꼭 초대하고 싶은 사람', '장례 방식', '수의와 영정을 보관해 놓은 위치' 등을 기록하도록 하는 교육을 시키고 있다. 이 복지관 관계자에 따르면 "영정 사진이 없는 노인분들에게는 화장과 머리 손질까지 무료 봉사로 해주는 사진관을 소개해드리고 있다"면서 "처음 80여명으로 출발한 장수노트 작성자는 지금 800여명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이 복지관은 장수노트를 작성한 독거노인이 아무런 연고가 없을 경우, 미리 협약된 지역 장례식장 측에 고인의 뜻을 전해주고 무료로 장례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이철재 옥곡노인요양병원장은 "독거노인이 많아지고 가족 간 유대도 점점 느슨해지는 세태에 따라서

셀프 장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시대적인 흐름 아니겠냐“며 " 아직 광양지역은 셀프 장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아마 셀프장례를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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