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수 하늘씨앗교회 목사

나라꼴이 엉망이다. 어쩌자고 이 지경까지 됐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이명박 대통령만 뽑으면 당장 무엇이 어떻게 될 것처럼 흥분들을 했는데, 지금은 모두가 아니라고 하니,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 헌정사상 유래 없이 이 대통령은 불과 두 달 만에 대국민사과성명을 내야 했다. 물론, 나 같은 늙은이가 정치적인 깊이를 어찌 알까마는 그래도 이것은 아니지 않나 싶다. 애초부터 국민들을 너무 우습게 여긴 탓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아니, 우리 국민들의 성격은 불처럼 뜨겁다.

물론, 냄비처럼 잘 식는다고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워낙 현실이 빠르게 돌아가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지, 그렇게 호락호락할 국민들이 아니다. 이제는 모든 여건들이 너무나 많이 변했다. 과거처럼 어물쩡하게 넘어가기에는 국민들이 너무 영리해졌다. 이것도 다 정치인들이 가르쳐 준 학습효과라 누구를 나무랄 수도 없다.

지금 대한민국은 곳곳이 너무 아프다. 가진 자나 가지지 못한 자나 그 아픔은 동일하다. 그렇다고 이대로 머뭇거릴 수는 없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결단이 필요한 때다.

개인보다는 시스템을 고쳐야
사실 개인 대 개인으로 놓고 보면 하나같이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하지만 집단 속으로 들어가면 확연히 달라진다. 내가 소속한 집단의 이익을 옹호해야 하고, 또 내 집단이 옳아야 하는 이율배반에 스스로 빠지게 된다. 이것이 인간이다.
그래서 개인의 양심을 묻는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개인은 자기가 속한 조직의 시스템을 따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 아무리 사교육을 성토한다고 해도 대입체제를 바꾸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상부구조가 고쳐지면 하부구조도 바뀌게 돼 있다. 그렇지 않고 현상의 문제점만 지적하는 것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지난주에는 또 초등학생들까지 이동식 수업을 하겠다고 발표를 했다. 듣고 보면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학생들마다 다 능력의 차이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능력의 차이는 결국 성적의 차이를 가져다 주고 그 차이는 또 차별로 이어진다는 것이 문제다. 그러므로 어떤 시스템을 바꾸려고 하면 전체적인 시스템을 조명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 현상적인 일만 뜯어 고친다면 다른 쪽이 또 말썽을 일으키게 되는 법이다. 물론, 완벽한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침묵하면 마음의 귀가 열린다
자신은 본의 아니게 진실을 말한다고 했는데 오히려 그것이 부메랑이 돼 되돌아오는 경험을 누구나 그런 경험을 할 때가 있을 것이다.그래서 의사소통의 기술은 중요하다. 요즘 정부도 그동안 너무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다고 시인을 했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렇다면 조용히 국민들의 여론에 귀를 열고 침묵하는 자세가 필요한데, 성급하게 대안을 내려고 하다가 오히려 더 큰 봉변을 당하고 있다. 솔직히 지금 청와대 인사정책은 아주 수준 이하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대통령 주변에 있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들은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들을 줄 아는 귀가 부족하다. 이는 그들의 삶이 섬김 보다는 지배하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중을 보는 기본적인 태도가 전혀 갖줘지지 않은 것이다. 지금도 그들은 국민들을 설득하려고 혈안이 돼 있다. 하지만 설득이란 좋은 말만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 국민들은 레토릭(rhetoric)이 아니라 신세리티(sincerity)를 원하고 있다.

즉 합리적인 수사법이 아니라 겉과 속이 같은 성실함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려면 더 이상 말하려고 들지 말고 무조건 수용을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럴 때 국민들을 설득할 수가 있는 것이다. 때때로 침묵은 말하는 것 보다 더 많은 진실을 전달할 때가 있는 법이다. 일단 입을 닫고 침묵하면 마음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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