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그림을 보고 그 그림을 설명한다는 게 때론 얼마나 위험한 일이며 또 얼토당토않은 일인지 깨달을 때가 있다. 도대체 빈약하기 짝이 없는 언어로 느낌을 전달한다는 자체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언어를 떠나서  어떤 것도 전달할 수 없는 이상 비록 부족하기 짝이 없지만 언어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결국 우리가 어떤 그림을 본다고 할 때 사실은 언어를 통해서 다시 재해석한다는 의미에 다름 아니다. 이게 언어의 한계임과 동시에 인간의 한계이기도 하다. 

〈풀밭 위의 점심식사>를 자세히 한번 살펴보라. 그러면 자기 나름대로 어떤 생각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 심지어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그 역시 소중한 자신의 느낌이다. 그런 느낌을 일일이 설명할 필요는 없다. 설명은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언제나 개운치 않은 법이니까. 설령 전문용어를 사용해 고급지게 말을 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림에 조예가 있든 없든  그림을 보는 사람은 자기 심상에 맴돌고 있는 그 무엇을 읽어내려 가면 되는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 마찬가지다. 자꾸만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본질에서 겉돌거나 멀어지고 있어서 다시 수정을 하고 또 해보지만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대부분 알다시피 마네는 낙선전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출품을 한 작품마다 온갖 조롱을 받았지만 이에 개의치 않고 자신만의 그림을 그려나갔다. 아마도 자기 나름대로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는 그림이란 화가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전달하는 일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결과 마네는 드가와 함께 근대도시풍속을 그린 최초의 화가로 불리게 됐다.

시대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포기할 일은 아니라는 것을 마네를 통해 배울 수 있다. 비평가들이 뭐라고 하던 자기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묵묵히 그려간 마네는 자기만의 화풍을 남기며 명작의 반열에 올랐다. 물론 <풀밭위의 점심식사>는 라이몬디 작품 <파리스의 심판> 중 일부를 떼어 자기 방식으로 재해석해 그린 작품이지만.

하긴 세상에 100%무결점 창작이   어디 있겠는가. 예술이든 인생이든 다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그렇게 진화하는 것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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