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복면의 시대라고 할 만큼 복면이 대세다. 복면을 쓰고 도둑질 혹은 강도질을 하고 복면을 쓰고 시위하고 복면을 쓰고 테러 사건에 가담하고 복면을 쓰고 노래를 한다. 결국 복면은 벗기 위해 쓰는 것 복면을 쓰면 수퍼 히어로처럼 뭐든지 할 수 있는 존재로 변신한다는 것이다.

시 전문 문예지도 시인의 이름을 지우고 작품만으로 평가받는 지면이 생겨나고 있다. 이름 없이 작품만 싣고 동료 시인들이 작품추천을 하고 심사위원이 되어 순위를 매겨서 평가하고 상을 주는 방식으로 유명세나 권력이 전혀 작용하지 않고 냉정하고도 객관적으로 오로지 실력만으로 평가하는 방법을 선호하는 추세다.

2019년 홍콩 시위 때는 수천 명의 시위자가 복면금지법 시행에 항의하면서 도시 곳곳에서 시위를 벌인 적이 있다. 조슈아 웡이 트위터에 1980년 5.18 민주화운동과 2019년 홍콩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가 같다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TV 프로그램 복면가왕은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하는 비디오 시대에 가수의 얼굴을 지운 PD의 기획으로 획기적인 관심과 인기를 끌고 있다. 복면을 쓰고 정체를 공개하지 않은 채 노래 실력을 뽐내는 음악 버라이어티 복면가왕은 시각적인 사고를 중시하는 현대인의 그늘이 벗겨지는 순간의 놀라움과 이미 각인 되었던 한 인간에 대해 재인식되는 순간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준다. 복면가왕에 나오는 가수들은 자신의 노래 인생에서 어떤 새로운 시도를 찾고자 하는 것 같다.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모든 걸 감추고 오로지 노래로만 승부하는 무대에서 당당히 실력을 인정받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통로로 여기는 가수들은 말한다. 처음 가면을 썼을 때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지만 마지막 무대에 오르기까지는 그 자리가 제 자리처럼 편하게 느껴졌다고. 또한 복면가왕으로 오랜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평범한 외모를 가진 사람일수록 가면으로 인해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은 그동안 우리사회가 얼마나 외모 위주이며 기존의 기득권이 우세한 사회인가를 보여주는 단면으로 우리 모두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우리 사회가 외면적인 모습만으로 평가되는 모순에서 벗어나 내면적인 모습이 부각되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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