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초순, 일본 홋카이도를 방문한 적이 있다. 많이 알려졌다시피 홋카이도 유바리 시와 오타루 시는 석탄산업이 활황이던 시기의 영화를 뒤로 하고 지금은 쇠퇴하는 지역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홋카이도에는 아직도 수백억 톤에 달하는 석탄이 매장되어 있지만, 좀 더 싼 해외 석탄에 밀려 이제는 더 이상 생산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도 석탄산업이 쇠퇴한 후 새로운 활로를 찾지 못한 지역이 많다. 화순 또한 대표적으로 그런 지역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석탄산업이 다시 각광을 받는 시대가 오고 있다. 1980년대 이후 저유가가 일반화되면서 우리나라나 일본에서는 경제성이 낮은 석탄의 생산이 점차 줄어들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드는 고유가가 지속되자, 세계 각지에서 석탄을 고효율 에너지로 전환하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석탄산업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최근 2∼3년 사이, 유가가 상당히 안정되어 있지만, 석탄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연구는 지속되고 있다.
과거에는 석탄 자체를 그대로 활용했기 때문에 낮은 에너지 효율과 온실가스 배출 문제가 많은 걸림돌로 작용하였지만, 지금은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원유보다 저렴한 신(新)석탄에너지가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복합화력발전(IGCC)이며 최근에는 석탄을 이용한 합성석유(CTL)나 합성천연가스(SNG) 생산 등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석탄산지로서 이미 IGCC와 SNG 플랜트를 각각 10여개씩 설립하고 있다. 중국 또한 국내 석유사용량의 10% 대체를 목표로 석탄액화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정부 주도로 IGCC, CTL, SNG 등의 자체기술개발과 실증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주요 석탄수입국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석탄산업 채산성이 악화 일로에 있으며, G20 화석연료 보조금 철폐 등으로 경쟁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어 선진국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석탄은 2030년경에도 석유와 가스, 원자력,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에너지믹스를 구성하는 중요한 1차 에너지원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석탄은 액화나 가스화를 통하여 한층 효율이 높은 에너지로 전환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화학공정을 거치면 초산, 비료, 냉매 등 각종 화학원료를 얻을 수 있다. 이때 가장 큰 문제점은 CO2가 대량 발생한다는 것인데, CO2를 활용한 플라스틱 생산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조만간 이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될 전망이다.
특히 전남지역은 이미 석유화학산업단지가 가동 중일 뿐만 아니라 포스코에서 SNG 플랜트사업을 추진한 사례도 있기 때문에 다른 어느 지역보다도 석탄을 활용한 신산업 육성의 적지로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다가올 석탄 시대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

우선은 석탄의 신산업화를 뒷받침할 국립연구소 설립이 필요하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의 기술개발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서라도, 기업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하루빨리 국립 석탄연구소를 설립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국제석탄포럼을 개최함으로써 세계 각국과 기술개발, 정보공유, 공동생산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만약 석탄을 활용하되,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폐쇄공정으로 온전하게 전부 회수하는 청정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도 청정환경을 유지하는 일거양득이 가능하게 된다. 광양만권의 석유화학산업이 가진 잠재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석탄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면, 어려움에 처한 광양만권 경제에 새로운 희망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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