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귀는 이미 우리들에게 너무나 친숙한 식물이다. 한방에서 당귀 (Angelica sinesis)는 따뜻한 성질을 갖고 있으며 달면서도 약간 매운 맛을 내는 약초로 활용된다. 또한 기력이 쇠했을 때, 심장이나 간, 비장 등에 혈액이 충분하지 못하다 판단될 때 당귀로 기력을 보강하도록 처방하기도 한다.

고대 중국에서는 전쟁터에 나가는 남편이나 아들의 무사귀환을 위해 마땅히 돌아오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아 품에 넣어 준 약초가 당귀(當歸)였다고 한다. 당귀는 혈액순환을 좋게 할 뿐 아니라 기혈을 보하고, 인체에 나쁜 물질의 배출을 도우며 통증완화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당귀는 부인병에 좋기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는 조혈, 보혈작용과 더불어 자궁의 근육이 너무 수축되어 있으면 이를 이완시키고, 과다하게 이완되어 있을 때 이를 수축시키는 듀얼액션을 통한 근육경련완화 작용을 함에 따라 월경통을 완화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서양에서 당귀는 가든 안젤리카(Garden angelica), 야생샐러리, 노르웨지안 안젤리카 등으로 명명되기도 하는데, 전세계적으로 널리 분포한다. 서양에 전해져 내려오는 설화에 따르면 중세 유럽 전역에 걸쳐서 흑사병이 만연 할 때, 한 수도사의 꿈에 미카엘 대천사가 나타나 당귀를 이용하면 흑사병으로 인한 병증을 치료할 수 있다고 가르쳐 주었다고 한다. 그로 말미암아 당귀는 ‘Root of the Holy Ghost’ 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고, 당귀의 학명에도 arch-angel (대천사) 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이러한 이름에 걸맞게 당귀는 모든 병마를 물리칠 수 있을 뿐 아니라 마귀나 주술에서도 자신들을 보호한다고 믿을 정도로 심신의 건강을 위해 당귀는 필수품이었다.

심지어 악귀가 집 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 정원에 당귀를 심게 되었고, 이렇게 심게 된 당귀는 가든 안젤리카라 불렸으며 차를 즐기는 서양 사람들이 당귀를 이용한 차를 수시로 마시면서 건강을 지켰다고 한다.

이렇듯 좋은 약효로 동서양을 넘나들며 사랑을 받고 있는 약용식물이지만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효과가 조금씩 다르다. 예를 들어 비록 당귀가 부인성증상에 효과가 있다고는 하지만, 물에서 끓이거나 알코올에 우려낸 당귀는 자궁근육을 자극하여 더 활발하게 움직이게 하는 반면, 스팀증류법을 이용해 증류해 낸 당귀 에센셜오일은 자궁근육의 긴장을 이완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논문이 발표되었다.

당귀는 아스피린처럼 항혈소판 작용을 통해 혈전형성을 억제시키며 체내 대식세포의식작용을 활발하게 하여 면역력을 강화시키고, 기관지의 경련을 완화시키므로 호흡기질환에 좋으며, 간세포 증식 활성화를 통한 간기능 보호와 더불어 살모넬라균 등의 식중독균의 작용을 억제시키는 항생제 역할을 한다. 

또한 당귀 추출물은 아세틸살리실산 (아스피린)과 비슷한 항염, 진통작용을 하는데 이는 혈관의 투과성을 낮추어 병균의 침입을 막아 염증을 완화시키기 때문으로 당귀추출물의 항염효과는 아세틸살리실산보다 1.1배 높은 반면, 진통작용은 아세틸살리실산의 1.7배 높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외에도 부정맥, 편두통, 간질환, 대상포진 등 여러 질환에 대한 임상이 이미 진행되어 결과가 발표되었으며 아직도 더 많은 학자들이 지속적으로 연구하는 대표적인 약용식물이기도 하다.  

이렇게 좋은 당귀를 우리 일상생활에 좀 더 편하게 자주 섭취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가장 쉬운 방법으로는 시장에서 손쉽게 구 할 수 있는 말린 당귀뿌리를 이용, 차를 끓여 마셔도 좋고, 닭백숙 요리를 할 때 당귀뿌리를 넣으면 닭의 잡냄새를 없애 줄 뿐 만 아니라 맛도, 향도 좋게 한다.

또는 주방에 필수품인 식용오일에 말린 당귀를 편으로 썰어 넣어 한 달 정도 놔두었다가 고기 구워 먹을 때 찍어 먹는 소스로 사용하거나 샐러드드레싱으로 활용하면 좋다. 물론 당귀 에센셜오일을 식물성오일에 희석해서 전신 마사지에 사용한다면 당귀의 효능성분이 피부를 통해 조금 더 빠르게 체내에 흡수돼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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