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을 설득하려면 논쟁을 하지 말고 수용하라고 했다. 하지만 말이 쉬워 수용이지 막상 자기에게 닥치면 수용하는 것처럼 어려운 일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자기주장을 강하게 내 세우다 보면 논쟁으로 치닫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개인과 개인 간을 떠나 집단과 집단 사이에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아니 어쩌면 사람의 일생이 이런 논쟁의 과정을 거치다 눈을 감는 존재들인지도 모른다. 특히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있을 때는 더 심하다. 자기와 관계가 없는 일이면 남의 집 불구경하듯 여유롭게 말할 수 있지만 본인의 이권과 관계된 일이라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드는 게 사람인 것이다. 

우리는 흔히 상대방의 입장과 바꿔 생각해 보라는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즐겨 들먹이지만 그 또한 본인의 입장에서 하는 말일 뿐, 상대방은 아마 ‘억지(?)사지’ 라고 받아들일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오죽 했으면 인간을  가리켜 한꾸러미 갈등상자라고 정의를 내렸겠는가. 그래서 어느 철학가는 인간에게 너무 많은 자비심을 구하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왜냐하면 인간의 자비심이라고 하는 것도 알고 보면 내 마음에 맞을 때나 가능하지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자비는 곧 무자비로 돌아올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하긴 아가페의 사랑을 자랑하는 기독교의 하느님조차도 천국과 지옥을 나눠 인간을 심판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판에 어디 감히 인간에게 끝없는 자비를 구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런 것을 일찍 터득하게 되면 상처를 덜 받고 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들 인정하다시피 사람은 잘 바뀌지 않는다. 오래된 습관이 이미 의식과 행동을 결정한 이상 쉽게 바꿔지지 않는 것이다.

제 아무리 합리적인 타당성을 제시해도 상대방의 마음을 쉽게 돌아서게 만들지 못하는 이유다. 그렇게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오히려 순진한 사람일 것이다. 사람이라면 누가 됐건 자기와 코드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만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무의식적으로 폄하하면서 자기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합리적보호본능을 가지고 있게 마련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부류에 속할 것이다. 토론이 늘  논쟁과 싸움으로 끝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데 어떻게 상대방의 말을 수용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주장하는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내 주장에 대해 아니라고 강하게 반발하면 불쾌한 감정과 동시에 상대방을 설득하려고 입에 거품을 물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아 질 테지만, 그럴 필요는 없다. 

내가 옳다고 하는 만큼 상대는 또 틀리다고 맞설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다만 접점을 찾는다면 우리 둘 다 틀릴 수 있다는 태도를 갖추어야 하는 데, 글쎄 상대방이 또 그렇게 할지 의문이다. 그러므로 누군가 당신을 폄하하거나 비난했다고 해서 기분나빠할 필요는 없다. 그럴 때는 “비난은 위장된 칭찬”이라고 받아들이면 된다.

아니, 성자인 예수도 석가도 공자도 그 시대에는 개(犬)에 버금가는 조롱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 아마 공자는 인부지이불온(人不知而不溫)이면 불역군자호(不亦君子乎) 라고 말했는지 모른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지나치게 성내지 않는 사람을 군자로 봤던 것이다. 하물면 누군가 당신을 비난하고 욕한다고 해서 거기에 장단을 맞출 필요가 어딨겠는가. 아니 무슨 수로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겠는가!  

광양경제신문  webmaster@genews.co.kr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