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새벽마다 그렇게 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일주일에 3번 이상은 새벽에 촛불을 밝히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무슨 특별한 의식 행위를 하는 것은 아니다. 촛불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냥 기분이 좋고 마음이 차분해지기 때문이다.

가스통 바슐라르라는 철학가가 ‘촛불의 미학’이라는 아주 몽환적인 철학책을 출판했는데, 반세기기 지난 지금도 꾸준히 읽히고 있는 고전이다. 바슐라르는 촛불에 관해 이런 고백을 했다. 

“커다란 사물 하나하나에는 몽환적인 개성이 있다. 고독한 불꽃은 난로 속의 불과는 다른 몽환적인 개성을 가지고 있다. 촛불은 혼자 탄다. 그것은 시중드는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나에게 있어서 촛불의 시대는 저 '구멍 뚫린 촛불'의 시대를 말한다. 눈물의 홈을 따라 눈물이, 숨겨진 눈물이 흘렀던 것이다.” 어쩌면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가 박근혜 탄핵을 외치는 사람들도 이와 같은 심정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고백을 조금 더 들어 보자. 

“지난 세기에 살았던 사람들은 램프라는 말을 오늘의 입술과는 다른 입술로 말했던 것이다. 말의 몽상가인 나에게 있어서 전등이라는 말은 웃음거리가 된다. 전등은 소유형용사를 붙여서 부르는 데 충분할 만큼 가까운 것이라고 결코 말할 수 없다. 옛날 사람들이 '나의 램프'라고 말했던 것과 같이 '나의 전등'이라고 누가 지금 말할 수 있을까? 아아! 소유형용사의, 우리들이 우리들의 물건과의 사이에 가졌던 정다움을 그처럼 강하게 표현하고 있었던 소유형용사의 이지러짐 속에서 앞으로 어떻게 몽상해야 할 것인가. 전등은 기름으로 빛을 내는 저 살아 있는 램프의 몽상을 우리들에게 결코 주지 못할 것이다. 우리들은 관리를 받는 빛의 시대에 들어 왔다. 우리들은 기계적인 동작의 기계적인 주체 이외의 다른 아무것도 아니다. 정당한 긍지를 가지고 점화한다는 동사의 주어가 되기 위하여 그 행위를 이롭게 할 수가 없다.”

바슐라르에 의해 보여 졌던 새로운 상상력의 세계는 ７０년대 당시 암울한 한국사회에 세계를 인식하는 새로운 눈을 가져다주었는데, 지금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외치는 한국 사회 역시 그 때와 하등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촛불을 밝히고 있는지 모른다. 자기를 태워야만 주변을 밝힐 수 있는 저 모순 형용사를 끌어안고 그렇게 광장에서 자기를 소멸시키고 있는지 모른다. 소멸할 때만이 새로운 역사가 잉태된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기에 그렇게 목 놓아 외치고 있는 것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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