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나도 그랬다. 어렸을 적 내 이름은 봉기가 아니라 석주였다. 그런데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내 이름이 홍봉기로 둔갑(?)됐다. 정말 헐(!)이었다.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 때부터 그렇게 부를 수밖에 없었다.

훗날 면사무소에 가서 내 호적 등본을 복사한 적이 있었는데, 세상에 거기엔 기봉이라는 붉은 두 줄이 선명하게 그어져 있었고 다시 봉기라 수정돼 있었다. 정말 맙소사!가 될 뻔했다. 어렸을 땐 내 이름이 정말 싫었다. 이런 이름은 일제시대 때나 쓰임직한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이름도 시대에 따라 변천하는 법인데, 내 이름은 처음부터 재고할 여지없이 촌스러움 그 자체였던 것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자 내 이름이 소중하게 여겨지기 시작했다. 이래봬도 어머니께서 돈을 주고 작명한 이름이다. 뜻 그대로 직역하면 ‘넓은(洪) 들(基)을 받든다(奉)’는 뜻이다. 아무래도 부동산을 했으면 성공했지 싶은데, 그래도 신문쟁이로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으니 이름값을 하고 있는 셈이다. 
신문 자체가 들판이고, 그 들판에 글이라는 씨를 파종해 받들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꿈보다 해몽이 좋다고? 아무렴. 우리가 고민하는 것들 대부분이 해석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나쁜 것을 좋게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야 말로 가장 큰 재능인지도 모른다. 이는 결코 헛말이 아니다. 

그러잖아도 요즘 우리 신문사 이지성 기자가 딸을 출산했는데, 이름 때문에 이만저만 고민이 아닌 모양이다. 내 깐에는 이런저런 잡소리를 섞어가며 무료(?) 상담까지 해 줬는데, 여전히 확신이 서지 않는 모양이다. 하긴, 이름대로 이뤄진다 하니 어떻게 이름을 함부로 짓겠는가. 세월이 흐를수록 이름값하며 산다는 게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특히 나라를 구하겠다고 연일 설치고 다니는 정치인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더 든다. 이름값은 말로 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하는 것인데, 쉬운 일이 아님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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