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연초부터 책장을 정리했다. 서로 짝이 맞지 않는 책은 짝을 맞춰주기도 했다. 누군가는 이런 행위를 가리켜 서재 결혼시키라고 했던데, 딱 맞는 표현이다.

요즘엔 책을 읽어도 예전 같지가 않아서 기억력도 점점 떨어지기는 하지만, 책을 정리하고 읽는 그 순간은 정말 행복하다. 故 김현 평론가는 이를 일러 행복한 책읽기라 했던데, 그 말에 십분 공감한다.

아직은 한창 나이이기는 하지만, 50줄을 넘기고 보니 세상의 잡다한 어떤 모임보다 혼자 조용히 책을 읽는 그 순간이 그렇게 행복하고 소중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나 수다 떠는 일이 무가치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수다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도 독서는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서다.

책을 통해 우리는 상대방의 마음을 더 잘 읽게 되고 감각의 지평과 인식이 넓어져 사물을 해석하고 수용하는 관점 역시 차원이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독서란 그냥 글자를 읽는 게 아니라 사상을 읽고 그 사상을 내 정신으로 체화하는 과정이기에  그 어떤 일 못지않게 가치가 크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은 요즘엔 재밌는 게 하도 많아 책 같은 거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한다. 그 말에 딱히 반박할 재주는 없지만, 창조적인 재미를 만들기 위해서도 책은 읽어야 한다. 물론, 고기도 먹어 본 놈이 잘 먹는다고, 책도 읽어 본 놈이 더 많이 읽게 되는 것이기는 하지만서도.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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