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죽어 있는 말벌(큰벌)을 보았다. 딱딱한 시멘트(cement) 위에 굳어진 모습으로 누워있는 말벌을 보니 짠한 생각이 들었다. 묘지를 시멘테리 가든(cementery garden)이라고도 부르는 것으로 보아 딱딱한 것들은 대부분 죽어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하긴 사람 마음도 미움이 파고들면 시나브로 굳어져서 건강을 해치게 되는 법이다.

자고로 생명이란 죽으면 썩어야 하는데 이젠 그마저 쉬운 일이 아니다. 생태계의 파괴는 사소한 것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다들 알다시피 요즘 말벌은 해충으로 분리돼 있다. 말벌 입장에서 보면 정말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을 테지만, 아마도 말벌에게 쏘이면 죽을 확률이 높다는 이유 때문이지 싶다. 사람들은 매사에 이런 식으로 사물을 구분지어 왔다. 

꿀벌은 벌침을 1번 쏘면 죽는데 말벌은 그렇지 않다. 꿀벌의 침은 톱날 같은 미세한 돌기가 있어 한번 찌르면 그대로 걸려 내장까지 빠지지만 말벌의 침은 돌기가 없이 매끈하여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독침을 빨리 제거하는 것인데,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잡아빼지 말라’며 경고하고 있다. 독침을 잡아서 뺄 경우 마치 풍선주머니를 터트리는 효과로 인해 더 많은 양의 독이 체내에 들어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 응급처치 방법으로는 신용카드나 버터칼 등으로 긁어서 제거하면 된다고 하니, 이를 잘 숙지해 두면 급할 때 큰 도움이 되지 싶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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