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도하고 있는 사진동호 회원들과 함께 소매물도를 찾았다. 특히 소매물도에 있는 등대섬은 국립공원 경관자원 100선에 선정된 푸른 초지로 이뤄진 섬으로 정상에 우뚝 솟아 있는 하얀 등대는 쪽빛 바다와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선사한다. 이처럼 소매물도와 등대섬이 어울려 빚어내는 멋진 모습을 찍기 위해 우리나라 섬들 가운데 사진 작가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하긴, 매물도(每物島.每勿島) 란 섬 이름 속에 이미 그런 뜻이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쓰기에 요긴한 여러 물건을 ‘매물’이라고 하는데, 알고 보면 매물도 근처에서 멋진 풍경을 이루고 있는 모든 조각섬들은 버릴 게 하나 없는 최고의 작품들이다. 누가 매물도란 섬 이름을 지었는지 그 깊은 뜻에 절로 탄복하게 된다. 당신도 이 가을에 매물도를 한 번 방문해 보라. 그러면 매물도의 수려한 풍광에 반해 당신 눈 역시 매몰(埋沒)되고 말 것이다. 

나는 사랑한다, 고로 나는 찍는다
사진을 찍기 위해 출사(出寫)를 떠나는 날은 언제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설령 같은 장소를 또 간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풍경은 늘 변하고 달라지기 때문에 항상 기대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특히 배를 타고 섬으로 갈 때는 흥분도가 더욱 높아진다. 파란 가을 하늘과 바다풍경은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가을은 아무데나 카메라를 들이대도 다 작품이 된다. 그래서 나는 가을이 돌아오면 변화무쌍한 자연이 그리워 시름시름 출사병을 앓기도 한다. 그리운 것들은 언제나 말이 없는 법이고, 말이 없기에 그리움은 더 깊이 가슴을 파고든다. 

이젠 좀 쉬어야겠다고 마음을 먹다가도 가을바람이 창문을 흔들라치면 본능적으로 카메라에 먼저 손이 간다. 이를 일러 우리는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이렷다. ‘사랑’이라는 낱말이 ‘사량(思量)’과 같은 집안 출신으로 ‘상대방의 생각을 헤아릴 줄 아는 능력’을 의미하는 것처럼 사랑하게 되면 온통 그 사람만 생각하게 되는 법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보고 싶어 지금 당장 달려가고 싶은 충동을 솟구치게 만들기도 한다. 상대방을 좀 더 깊이 알고 싶고, 그 사람의 숨소리 하나까지 가슴에 간직하고 싶은 게 사랑의 속성이다. 

내가 좋은 장소를 찾아 사진을 찍으러 가는 것도 이와 똑 같은 원리다. 사랑하기 때문이다. 자연을 사랑하고 사진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아름다운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고픈 것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이 상대방의 유전자까지 모두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그런 심정이 바로 내가 사진기를 놓지 못하는 이유다. 정말 사랑하게 되면 상대방을 ‘닮고’ 싶어질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을 가슴 속 깊은 곳에  ‘담고’ 싶어하는 법이다. 그런 뜻에서 보자면 로댕이 한 말은 옳았다. “행복이란 사랑하고, 감동하고, 희구하고, 전율하며 사는 것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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