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우연히 창틀에 박제된 채 죽어 있는 곤충 한 마리를 보았다. 보아하니  그 곤충은 투명한 유리창을 빠져 나가기 위해 애쓰다가 그렇게 된 것으로 보였다. 투명하다고 해서 다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문이 아닌데, 그걸 몰랐던 거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한번쯤 뒤를 돌아봤으면 하는 점이다. 그랬다면 빠져나갈 문이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리고 며칠 후, 다시 똑같은 곤충 한마리가 밖으로 빠져나가기 위해 유리창에 달라붙어 있는 모습을 보았다. 아마도 며칠 지나면  그 곤충 역시 박제가 된 채 그렇게 죽어 있을지 모른다.

이런 모습을 볼 땐 사람이나 곤충이나 뭐가 다를까 싶다. 인간들 역시 재물과 명예와 권력이라는 유리창 앞에서 그렇게 평생을 몸부림치다가 쓸쓸하게 눈을 감고 마는 존재에 다름 아닐 테다. 당신은 아니라고 애써 부정을 하겠지만, 미안하게도 그게 인간의 실존적 모습이다. 그래서 1회적인 인생, 가치 있고 의미 있게 살아야 한다고 했던 것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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