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장관을 역임했던 유시민 씨가 청바지를 입고 국회에 등장했다가 혼쭐이 난 적이 있다. 도대체 옷이 뭐라고 국회의원들이 그렇게 화를 냈는지 모르겠으나, 그 이후로 유 장관은 양복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옷은 이처럼 사람을 차별하는 도구로 이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날마다 하는 사소한 고민 중의 하나도 어쩌면  아침 출근 때마다 옷장 앞에서 하는 고민이 아닐까 싶다. 날마다 같은 옷을 입을 수 없고 보면, 고민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대부분 어제와 비슷한 옷차림을 하고 집을 나서지만, 그래도 옷장 앞에서의 고민은 날마다 계속된다. 어쩌면 평생 동안 해야 할 고민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남자인 나도 이런데 하물며 여자들의 고민은 오죽할까 생각하니 일면은 동정심이 가기도 한다.

더 큰 문제는 막상 마음에 드는 옷을 입고 거울 앞에 서고 보면 영 ‘아니올씨다’ 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또 옷을 구매하게 되는 데, 옷장에 입지 않은 옷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옷이 사람의 품위는 물론 신분을 상징한다는 사실을 무의식적로 알고 있기 때문에 그처럼 옷에 공을 많이 들이게 되는 것이다.

아니, 옷차림만 보고도 대충 그 사람의 직업과 인격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옷이 날개라는 말도 그래서 생겨났던 것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비싸고 화려한 옷을 입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때와 장소에 맞게 옷을 입을 줄 안다면 그 이상 바랄 게 없을 것이다. 흔히 패션감각이 뛰어나다는 것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일 테다. 그나저나 내일은 또 무슨 옷을 입어야 할지 벌써부터 고민 된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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